'다섯번째 봄' 세월호, 아직도 남은 숙제는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2019.04.15 05:30

[세월호 5주기-아직도]유가족·지역주민 상처 치유 ·침몰 진상규명 등 과제 여전

5년 전 오늘(15일) 제주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4명을 포함,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했다. 이튿날 오전 8시49분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304명과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외상을 남겼다. 수색과정 전후에 2명의 잠수사도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단순한 해상사고가 아니다. 18년 된 중고 여객선을 사들여온 이후 무리한 증축을 하고도, 제 기능을 못하는 안전장비를 갖춘 선사. 선사를 감독할 당국은 눈을 감았다.

배가 바닷속으로 향하던 와중에도 선내 스피커에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반복됐다. 아이들이 스스로 구할 기회를 잃는 동안 승객 대피 책임을 진 선장과 선원은 갑판으로 도망 나와 자신들의 목숨만 구했다.

이제는 퇴역했지만 당시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한 제독은 "선장이 배를 버리고 3등 항해사에게 조타실을 맡긴 있어서는 안될 최악의 참사였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안타까워했다.

본격적인 비극은 침몰 이후다. 현장의 해경 구조선은 무능으로 일관했고, 상급 관리자는 책임회피와 사건은폐에 급급했다. 국가 행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은 정작 제자리에 없었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7시간은 결국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를 편 가른 기폭제가 됐다.

극과 극으로 갈라진 사회는 가야 할 방향을 잃었다. 참사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그들을 둘러싼 정치공방. 여기에 익명을 방패 삼아 입에 담기 힘든 조롱과 폭언이 잇따랐다.

재난 방지 및 대응 시스템 부재 확인과 재발 방지라는 상식적인 목표보단 눈앞의 상대를 이기는 일이 우선이 됐다. 진상규명을 바라며 곡기를 끊은 유족 앞에 놓인 피자를 입에 넣는 이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가 만든 상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는 보수나 진보,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아이들의 생명과 관련된 인류애의 문제다. 국가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라져간 아이와 어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제자리에 맴돌았던 시계는 참사 5주기에야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장을 메웠던 유족들의 천막은 기억공간으로 탈바꿈해 지난 12일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더뎠던 발걸음을 다시 내딛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깊게 남긴 우리 사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분수령에 선 셈이다.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를 만든 시스템 부재에 대한 진상규명이 첫 과제이고, 이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여러 집단과의 갈등을 씻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곳곳에 세워질 '기억공간'에 대한 과제도 남았다. 유가족 못지 않게 안산과 진도 등 비극의 공간에 함께한 지역주민들의 상처도 어루만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4·16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켜켜이 쌓인 갈등을 풀고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첫걸음이 진상규명 절차"라며 "최대한 빠르게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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