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도 햄버거처럼 '드라이브 스루' 한다면?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9.04.13 06:10

[금융이 바뀐다]②우리은행 '드라이브스루' 환전·현금인출

편집자주 |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규제가 촘촘하다. 4월1일부터 시행된 '금융샌드박스법'은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규제 특례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모레놀이터(샌드박스)'에서 놀아보겠다는 서비스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시리즈로 짚어본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사진제공=스타벅스
#Drive Thru(드라이브 스루)는 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2년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는 맥도날드가 부산 해운대점에 도입한 게 처음이며,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려 전국에 약 170곳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간단하게 먹거리를 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주로 식·음료 업계에서 운영하지만, 드라이브 스루가 처음으로 도입된 곳은 음식점이 아니라 금융회사였다

1930년대 미주리주 그랜드내셔널 은행은 현금을 입금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출금은 불가능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당시에는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미국의 몇몇 은행은 지금도 드라이브 스루 ATM(자동입출금기)를 운영 중이며, 가까이는 일본 오가키쿄리츠은행도 2000년대 이후 드라이브 스루 ATM을 설치했다.

미국·일본 등의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은행이 추진하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진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발표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우선심사 대상 서비스를 공개했는데, 우리은행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통해 고객들에게 외화나 현금을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샌드박스란 어린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우리은행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구조/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의 드라이브 스루 환전·현금인출 서비스는 크게 네 단계로 이뤄진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 플랫폼 '위비뱅크'로 환전 또는 출금을 미리 신청한 뒤 △차에 탄 채로 음식점 또는 주유소 등 제휴사를 방문하면 △차량 번호 인식과 개인 인증을 거쳐 △ 외화 또는 현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환전·출금 신청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우선 위비뱅크서 사전 신청을 할 때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차량을 자동 인식하며, 위비뱅크 QR코드를 인식한 뒤 디지털 서명(지문 등 생체인증, 비밀번호 입력) 등을 거치게 된다.


고객으로선 은행을 방문하거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특히 해외여행을 떠나는 외화 환전 고객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이용해 외화를 찾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고객들이 현찰을 수령할 수 있는 제휴사로 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의 주차장, 요식업체, 주유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금융기관 업무위탁 규정에 따르면 '은행 고유의 본질적인 업무'는 제 3자에게 위탁하지 못한다. 외국환과 지급 등은 은행업의 본질적 업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규정대로라면 우리은행은 해당 업무를 제휴사에 맡길 수 없다. 이에 우리은행은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갖춘 제휴사에 대해 환전과 현금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특례 인정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위의 심사를 최종 통과하면 올해 안에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익숙한 커피·패스트푸드 등 드라이브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통해 제휴사의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유례없는 사례"라며 "이종사업의 혁신적 결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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