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민감한 때 하필…트럼프 "위키리크스 몰라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9.04.12 14:30

영국서 체포된 어산지에 대해 말 아끼기…
CNN "2016년엔 위키리크스 사랑한다더니"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서 체포된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업자와 선긋기에 나섰다. 다음주 중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수사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될 가운데 괜한 불똥이 튈까 몸을 잔뜩 웅크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어산지의 체포 소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위키리크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위키리크스가 어산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안다"며 "어산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3년 전과 확연히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했다. CNN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 위키리크스를 지지한 적이 있다"며 "2016년 선거 유세 중에는 '위키리크스, 나는 위키리크스를 사랑한다(WikiLeaks, I love WikiLeaks)'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어산지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012년 이곳에서 망명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당시 그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스웨덴으로의 송환 결정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에콰도르 정부가 더이상 그에 대한 망명 보호를 거부하면서 체포가 가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산지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산지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이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결탁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의 이메일을 해킹 등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어산지가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 캠프 사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해왔다. 특히 어산지가 해킹에 직접 관여한 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당시 제기됐다. 캠프의 선거 전략가였던 로저 스톤이 어산지와 친분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2016~2017년 사이 어산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이유로 들어서다.

다만, 뮬러 특검은 지난달 그의 수사를 마무리지으면서 결탁의 증거 부족으로 이같은 의혹에 대한 기소는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뮬러 특검 보고서의 요약본을 4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요약본에 따르면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고의로 러시아 측과 공모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측은 400여페이지에 달하는 특검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바 장관은 다음 주 중 기밀을 가린 '편집본'을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어산지는 러시아, 트럼프 캠페인, 선거 해킹 사건을 밝히는 데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 법무부는 어산지의 체포 소식 이후, 그가 컴퓨터 해킹으로 미국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영장을 발부했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유출된 군사 기밀 문건을 통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시 벌어진 미군의 민간인 학살 실상을 폭로,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어산지 측은 미국으로의 송환에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어산지의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은 "미국에서 진실된 정보를 공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언론인이든 기소당할 수 있다는 위험한 전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도 요청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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