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명 천문학자로 이뤄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 약 9조4600억㎞) 거리의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정 그룹장은 이 망원경에 대해 “한라산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파리의 한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다.
연구진은 여러 번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갖고 있으며,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 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 데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블랙홀 존재, 아인슈타인 이론 입증=연구진은 블랙홀을 직접적으로 찍진 못했지만, 블랙홀을 두른 빛 입자들의 윤곽을 촬영, 블랙홀 존재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정 그룹장은 “공개된 블랙홀의 모습은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았음을 재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블랙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데는 케이티 바우만이란 여성 과학자의 아이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우만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3년 전 지구에서 블랙홀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 지구 크기 만한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 8개로 지구 크기의 전파간섭계를 구성, 이미지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지구만한 망원경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HT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 킷픽 망원경 등 3개 전파망원경을 더 연결해 보다 향상된 블랙홀 동영상을 촬영·분석해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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