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는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상태에서 객실 침대 위에 티슈에 불을 질러 모텔이 전소되는 과정에서 투숙객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서울에서는 36세 남성이 필로폰을 투약한 환각상태에서 백화점 화장품 코너 직원을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했고, 대구에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다 적발됐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 2017)
마약청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마약이 우리 일상생활속에 생각보다 더 폭넓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버닝썬 사태에 이어 SK·현대·남양유업 3세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보도가 나올땐 마약이 특권층의 유흥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하게 잘 알려진 귀화 미국인 로버트 할리(방송인·국제변호사)까지 마약 혐의로 체포되는 걸 보면서 대중들에게 각인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마약의 확산 정도가 우리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7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환각물질 흡입사범 직업별 현황을 보면 무직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2015년 기준 37.8%) 건설업, 유흥업 종사자, 일반 회사원, 일용노동자, 학생, 주부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재벌가 및 연예인, 유학생 등은 마약을 유흥의 수단으로 찾지만 일용직 근로자 등 고된 노동을 하는 계층은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을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마약류사범(대마·마약·항정신성의약품)은 1999년 처음으로 1만명 선을 넘어 2002년까지 4년 연속 1만명을 상회했다. 그러나 2002년도 강력한 단속으로 밀수 등 공급조직 10개파 224명(구속 162명)을 적발하면서 2006년까지 7000명 수준으로 주춤했다가, 2010년부터 2014년도까지 1만명선 아래로 억제돼왔다.
이후 인터넷과 SNS 사용이 늘면서 마약류사범은 눈에 띄게 증가한다. 2016년 1만4214명, 2017년도 1만4123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2014년 대비 2016년이 40% 이상 급등했다. 인구 10만명당 20명 미만에게 부여되는 '마약청정국'이라는 명성은 10만명당 24.3명(인구 5170만명 중 1만 2613명, 2018년 기준)을 넘어서며 무너졌다.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 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일반 대중들과 관련된 검경의 마약단속은 유통사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의 단속은 크게 밀수 등 공급을 아예 차단하는 것과 유통 및 투약사범을 검거해 수요를 감축하는 것으로 나뉜다. 즉 일반 국민들이 접하게 되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마약수사국(DEA)는 대만에서 마약 제조 공장을 적발했다. 원료물질이 1톤 가량 발견됐고, 마약으로 제조돼 공장에서 유출된 것이 400kg인데 그 중에서 200kg이 국내로 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압수된 것은 62. 3kg에 불과해 나머지 130kg이 넘는 상당량의 마약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은 "2015년부터 마약사범 규모가 다시 1만명을 넘어서는 등 마약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며 "국제적인 수사 기관들의 공조와 치밀한 수사로 국민들을 마약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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