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협상 더 끌면 벼랑끝…르노삼성 노조,위기상황 알아야"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이건희 기자 | 2019.04.09 19:29

르노삼성 노사협상 사측 대표 이기인 부사장 사의 표명…파업 장기화에 사측 '셧다운' 경고

이기인 부사장/사진제공=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존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득해 왔는데 쉽지 않네요. 안타깝지만 협상이 더 지체되면 우린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르노삼성이 노사 갈등으로 공장 가동중단(셧다운) 위기에 몰린 가운데 단체협상에서 사측을 대표해온 이기인 부사장(제조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잊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9일 열린 25차 노사협상장에서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자신의 사퇴 소식을 공개했다. 이날은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제시한 데드라인(3월8일)을 한 달 넘긴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다간 최악의 낭떠러지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일종의 강력 경고 메시지였다. 반대편에 자리했던 노조 측도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고 협상장에 참석했던 인사는 전했다. 이 부사장은 1993년 입사해 초기 부산공장의 기반을 마련한 '현장의 큰 형' 같은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상봉 인사본부장(상무)이 공식적으로 사측 협상 대표지만 이 부사장이 함께 진두지휘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위기 상황을 노조가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외부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그러나 이날 이 부사장의 충격 요법에도 노사는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노조는 협상에서 '작업전환 배치시 노조의 합의권'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이를 회사가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부서장 징계 △해당 작업자에 대한 통상임금 500% 보상 △위로휴가를 줘야 한다고까지 제안했다.


사측은 인사나 경영권과 관련한 노조의 합의 요구는 양보할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이렇게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공장 생산물량 문제가 확대됐다.

이미 본사는 북미수출용 닛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일본 닛산은 올해 로그의 연간 물량마저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신차 'XM3'의 유럽 수출물량(8만대)까지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52차례에 걸쳐 21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추가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협력업체들도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일시적 가동 중단(셧다운)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악화하자 사측은 이달 말 '프리미엄 휴가' 형식을 활용해 부산공장 가동을 3~5일간 일시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검토 중이다.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조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올 하반기에는 부산공장 2교대 근무가 1교대 근무로 변경될 수 있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로그 생산 물량 소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교대 근무 방식까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물량이 줄어들면 노조도 불가피하게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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