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부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다. 이를 시작으로 대기업 오너들까지 힘을 보탠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얘기한 통 큰 기부의 주인공은 1965년 전자부품업체인 대덕전자를 창업해 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만든 김정식 회장이다. 올해 90세가 된 김 회장은 지난달 18일 모교인 서울대를 찾아 사재(私財) 500억원을 쾌척했다.
김 회장은 "해외 유수한 교육기관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미래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이 기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의 기부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자신의 이름을 딴 AI 단과대학을 설립해달라며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했다. "대학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닥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곳"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의 선택은 총 10억 달러(약 1조1421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AI 단과대 건립에 기폭제가 됐다. MIT는 올해 9월부터 AI 분야를 전공하는 첫 단과대인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를 개교할 예정이다.
서울대도 김 회장의 뜻에 따라 AI 연구·교육공간 건립(해동첨단공학기술원)과 함께 서울시·관악구 등과 협의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한 'AI밸리' 조성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론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AI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 회장이 뿌린 씨앗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으려면 'AI 인재 양성'이라는 대의명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대기업 오너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삼성·LG·현대차·SK 기부 연합군'에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AI를 지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 보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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