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90세 창업주 500억 기부에 담긴 뜻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9.04.09 17:28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너무 감동적인 기부가 아닌가." 최근 만난 전직 고위 공무원 A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책임의식)'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단순 기부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다. 이를 시작으로 대기업 오너들까지 힘을 보탠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얘기한 통 큰 기부의 주인공은 1965년 전자부품업체인 대덕전자를 창업해 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만든 김정식 회장이다. 올해 90세가 된 김 회장은 지난달 18일 모교인 서울대를 찾아 사재(私財) 500억원을 쾌척했다.

김 회장은 "해외 유수한 교육기관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미래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이 기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의 기부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자신의 이름을 딴 AI 단과대학을 설립해달라며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했다. "대학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닥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곳"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의 선택은 총 10억 달러(약 1조1421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AI 단과대 건립에 기폭제가 됐다. MIT는 올해 9월부터 AI 분야를 전공하는 첫 단과대인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를 개교할 예정이다.


서울대도 김 회장의 뜻에 따라 AI 연구·교육공간 건립(해동첨단공학기술원)과 함께 서울시·관악구 등과 협의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한 'AI밸리' 조성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론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AI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 회장이 뿌린 씨앗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으려면 'AI 인재 양성'이라는 대의명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대기업 오너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삼성·LG·현대차·SK 기부 연합군'에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AI를 지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 보내선 안된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