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10월 고비…상속세 최대 2000억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 2019.04.08 14:47

조양호 회장 재산 계열사 지분가액 3728억에 부동산 등 4000억 안팎 추정…상속세율 사실상 50% 최고구간 적용해 2000억 과세시 지배구조 취약성 노출 예상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9월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조 회장 일가 상속인이 내야 할 상속세는 최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은 큰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3세 승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를 포함한 상속인들의 지분 합계가 크지 않고 상속세 부담이 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8일 국세청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 별세에 따라 상속인들은 고인 재산을 6개월 내 신고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고인 사망월 말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때까지가 신고 기한이다. 고인의 배우자와 직계 비속은 10월 말까지 고인 상속 재원 총액을 국세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조양호 회장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4인이 의무자다.


국세청은 신고된 재산에 대한 확정세액을 법률에 따라 확정한다. 상속지분은 일단 고인 유지에 따라 배분한다. 하지만 상속세는 전체 금액을 대상으로 매겨 상속인 모두에 연대책임을 지운다. 세법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율이 매겨지는데 조 회장 재산은 최고등급 구간인 30억원 초과에 속해 '기본 10억4000만원에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 만큼이 적용될 것이 확실하다.

일단 공개된 조 회장 재산으로 가장 큰 부분은 역시나 계열사 지분이다.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84%가 지난 7일 종가로 약 2660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비상장사인 정석기업 20.34%는 약 749억원으로 장부상에 평가돼 있다. 마지막으로 ㈜한진 6.87%가 약 297억원으로 주요 재산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조 회장이 가진 한진그룹 9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약 3728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이 가진 부동산과 기타 유가증권, 금융권 부채, 사업권, 유체 동산 등 남은 재산에 관한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알려진 재산을 모두 더하고 제한다고 해도 1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최대주주 할증(20%)과 자진신고 세액공제(7%)를 감안해도 세율은 약 50%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략 조 회장 상속가능 재산을 4000억원 수준으로 상정할 경우 약 2000억원이 상속세로 부과될 전망이다.

문제는 세율이 사실상 50% 이상으로 과중하기 때문에 한진 오너일가가 자신들 휘하에 있던 그룹사 경영권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다. 조양호 회장이 남긴 계열사 지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계열사 보유 지분이 골고루 분포한 것이 아니라 지주사인 한진칼(우선주 포함, 2662억원) 지분이 보유분 총액 71%를 넘어선다. 최대 2000억원에 달할 상속세를 내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물납해야 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외부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배구조는 조양호 회장 보유분 17.84%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해도 28.95%에 불과하다. 만약 조 회장 지분이 현물납부로 국고에 귀속될 경우 최악 상황을 가정하면 지배지분이 2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조원태 사장 등 상속인 일가에 남은 기한은 이제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연부연납과 같은 상속세 장기 납부 제도를 활용할 경우 5년까지 납세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며 "대신 납부기한을 연기하면서 발생하는 이자를 가산금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 오너일가가 이미 여러 행적으로 인해 국민 신망을 잃어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에서 밀려났고 지배구조도 취약해 증권가는 여러 계열사 경영권이 뒤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조 회장 사인이 보도된 후 계열사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