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밤낮으로 산불과 사투를 벌인 소방관은 고개를 떨궜다. 6일 오전 잔불 진화 작업이 한창인 강릉 옥계119안전센터에서 만난 김남현 소방위(36)는 쉬는 시간 이뤄진 짧은 대화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소방위의 얼굴에서는 강원·동해안 최악의 산불을 막아 냈다는 자부심이나 안도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겸연쩍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옷과 얼굴에 듬성듬성 묻은 검은 재로 그간 노고를 짐작할 뿐이었다.
김 소방위는 "이번에 대피하셨다가 불이 꺼지고 자기 집으로 돌아오신 분들이 통곡하는 모습을 봤다"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분들이 만족할만한 결과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올해로 11년째 소방관으로 근무 중인 김 소방관은 이번 산불을 자신이 경험한 '최악의 화재'로 꼽았다. 초속 20m(미터)에 이르는 강풍은 말 그대로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김 소방위를 비롯한 소방관들은 3일 내내 잠을 못 자고 산불 진화에 매달려야 했다.
조병삼 옥계119안전센터 센터장(46)은 "산불은 특성상 장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많은 인력이 소모된다"며 "평지에서는 진화호스 20~30m당 1명이면 충분하지만 산에서는 나무 등에 걸려서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산악용 장비는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경량 헬멧·등산화이나 내열 처리된 가죽 장갑 등이 있으면 좋지만 갖춰지지 않았다"며 "산악은 경사면이 평지보다 크기 때문에 산불 대응 장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관들은 이번 산불에 쏠린 국민적 관심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김 소방위는 "전국에서, 특히 전라도같이 먼 곳에서도 와주신 소방관들께 감사드린다"며 "지역 주민의 봉사활동이나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만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인력·장비 지원을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이번 산불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마을, 이 구역은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장비와 인력이 있으면 충분히 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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