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연탄 날라주고 생색내던 시대 끝났다" 사회가치 전도사 된 기업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4.21 18:10

[착한 기업에 성장을 더하다]③진화하는 사회공헌…단순봉사에서 벗어나 가치 재창출에 집중

"임직원을 동원해 연탄 날라주고 김장 담궈주면 생색낼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양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남는 돈으로 하는 보여주기식, 퍼주기식 지원으론 사회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 경쟁력 없는 사업으로 그저 '착한 기업'이라는 점만 내세워선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도 사회공헌 외형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봉사가 아닌 가치 재창출이다. 이를테면 청소년 일자리교육이나 벤처 스타트업 발굴 같은 활동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업마다 전공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그 성과로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양분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기업과 업계, 사회가 윈윈하는 사회공헌의 진화다.

삼성은 교육, 좀더 구체화하면 노하우 전수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청년 소프트웨어 인재 1만 명을 키우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지난해 시작했다. 2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 팩토리 4.0' 사업도 진행 중이다.

모두 삼성의 노하우를 전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삼성의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키워내는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직접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 고위 임원은 "우리가 가진 기술과 인력을 우리만 활용하고 말 게 아니라 좋은 곳에 쓰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며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추가되는 인력풀이나 협력업체의 수준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으로 내놓은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 역시 이런 연장선 위에 있다. 삼성전자는 새 테마를 바탕으로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계열사별로 인사팀장을 사회공헌조직 총책임자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도 올 초 단행했다. 퇴임을 앞둔 임원을 수장으로 앉히던 관행에서 벗어나 인사권에 가장 가까운 실세를 통해 사회공헌활동에 제대로 힘을 실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박용기 인사팀장(부사장), 삼성물산 이철웅 인사팀장(전무), 삼성생명 김용관 인사팀장(전무)이 사회공헌단장을 겸임한다.

현대차그룹은 자립형 사회공헌기금 운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최대 규모 사회적기업 육성프로그램으로 자부하는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을 통해 2022년까지 사회적 기업을 150개 육성하고 1250명의 청년 신규고용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와 손잡고 2022년까지 매년 5060세대 200명을 선발해 신중년 일자리를 만드는 '굿잡 5060'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난해 1기 교육생 89명이 수료해 35%가 취업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 출범식을 열었다. 경영컨설팅, 투자는 물론 기술·서비스 개발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축사대로 "핀테크의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 금융회사의 높은 고객신뢰와 안정적 시스템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시장의 사회공헌 경영에 비하면 국내 상황은 아직 질적인 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보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지속가능전략실장은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실제 사업과 연계해 내부화하면서 이전보다 전문화하는 추세"라며 "단순한 봉사 차원을 넘어 분야도 환경, 인권, 노동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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