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에 위치한 전봇대 개폐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변압기 폭발'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전봇대에는 변압기가 달려 있지 않다. 한전은 인근 지역을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개폐기에서 아크(불꽃)가 발생하면서 화재가 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개폐기는 전기회로를 열고 닫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설비다. 특히 해당 전봇대에는 내부에 공기가 없는 진공절연개폐기가 설치돼 있어 자체적으로 폭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전은 외부 요인에 의해 전선에 불꽃이 발생하면서 개폐기에도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개폐기에서 불꽃이 튀기 전 설비 밑에 이미 불이 붙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강풍에 전선으로 이물질이 날아오면서 아크가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중화 공사가 화재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중화는 철탑과 전봇대 등으로 공중에 연결돼 있는 송·배전선을 지하에 묻는 작업이다. 한전은 안전과 미관 문제를 고려해 도심지역의 복잡한 전선을 정비하는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배전선로의 17.7%가 지중선로다.
하지만 한전은 이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한다.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중화용 변압기는 1대당 1000만원, 개폐기는 1대당 3000만원 수준이다. 일반 전봇대용 변압기와 개폐기가 각각 100만원, 3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설비 비용만 10배다. 여기에 땅을 굴착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난다. 보통 지중화 사업은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내부 심의를 거쳐 진행하는데, 비용은 지자체와 한전이 50대 50으로 부담한다.
그래서 한전은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지중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배전선로의 지중화율은 서울시가 5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 54.4%, 부산 40.5%, 인천 38.1% 순이었다. 반면 경북(6.3%), 전남(7.9%), 강원(8.4%), 충북(9.3%)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전 관계자는 "지중화의 장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비용 문제 탓에 모든 선로를 땅에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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