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vs 외계인… 블록체인 미래 두고 '설전'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지영 기자 | 2019.04.04 14:42

'디코노미 2019' 개막… 부테린·루비니, 토론에서 주요 이슈마다 '충돌'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오른쪽)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암호화폐(블록체인)는 거품에 불과하다.” vs “실제 거래에서 암호화폐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닥터 둠’(누리엘 루비니)은 단호했고, ‘외계인’(비탈릭 부테린)은 차분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서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한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미래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충돌했다. 토론이 끝난 후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인물로 암호화폐 무용론을 펴왔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상한 천재 개발자로 독특한 옷차림과 외모, 뛰어난 두뇌 때문에 ‘외계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암호화폐는…“사기” vs “비효율성 없앨것”=두 사람의 설전은 탈중앙화, 익명성, 보안 등에 대해 루비니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면 부테린이 반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루비니가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수천개 암호화폐가 존재할 정도로 누구나 쉽게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며 “과거 물물거래와 다를 게 없는 시스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ICO(암호화폐 공개)는 사기”라며 “암호화폐 거래소는 중앙화됐고, 해킹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부테린은 “기존 금융 시스템 수준에 도달한 블록체인 기술들이 존재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암호화폐가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검열 금융으로 인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기업 경영 관여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블록체인의 익명성에 대한 시각도 극명하게 갈렸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술”이라는 부테린의 설명에 루비니는 “암호화폐의 익명성이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횡령, 탈세, 테러, 인신매매 등 범죄에 악용될 것”이라고 맞섰다. 루비니는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 계좌(탈세 및 자산 은닉 수단)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암호화폐 체계에서 탈중앙화가 불가능하다며 “비트코인 불평등 정도는 북한보다 심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북한과 미국, 비트코인의 ‘지니계수’(소득분배 불평등 지수)를 각각 0.95, 0.82, 0.88이라고 제시하며 반박했다. 그는 “부의 불평등 문제가 존재하지만, 우려만큼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루비니는 “절대 법정화폐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난해 단 1년 만에 대부분 암호화폐들이 가치의 95%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테린은 “중앙은행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건 멋진 생각”이라면서도 “정부가 모든 거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빠른 속도로 성장”=이날 개막한 디코노미 2019에서는 블록체인 기업, 학계, 투자자, 개발자들이 모여 분산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정병국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 송희경 국회 4차산업포럼 공동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 위원장은 “규제 장벽을 없앤다면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만 안된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한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 행사 전경.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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