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피우진에 멈춘 정무위, 손혜원父·김원봉 충돌에 올스톱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9.04.03 07:13

[the300]보훈처 독립유공자 선정 논란에 금융위·공정위 민생법안 논의조차 못해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 생각에 잠겨 있다. 2019.3.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독립유공자 논란에 민생경제 법안들이 발목 잡혔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둘러싼 날 선 여야대립에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굵직한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렸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예정됐던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는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합의제로 운영되는 법안소위는 어느 한쪽이 보이콧(참여 자체를 거부)하면 열리기 어렵다.

전날 금융위 등의 소관 법안을 다루는 제1소위원회에 이어 공정위 등의 현안을 논의하는 이날 제2소위원회까지 취소되면서 사실상 3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법안심사는 빈손으로 마무리될 처지다.

4일 국가보훈처 현안 보고, 5일 정무위 전체회의 등도 불투명해졌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 불참했고 어제오늘 법안소위까지 열리지 못하는데 4일 국가보훈처 현안보고만 받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국가보훈처 보고 일정만 예정대로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무위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 측은 "(국가보훈처의 자료제출 거부 등)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5일 전체회의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피우진 처장과 손혜원 의원의 부친 그리고 약산 김원봉이 있다.

피 처장은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문재인 정권이 첫 여성 수장으로 낙점한 인물이다. 육군 중령 출신을 전격 발탁한 파격 인사였다. 여성 헬기 조종사로, 여군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폭로한 고발자로, 부당한 전역 조치에 맞서 소송까지 벌여 이긴 오뚝이로, 피 처장은 동료들이 붙여준 호칭대로 '피닉스'(불사조)였다.

독립기념관장 등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조직장악과 보훈 혁신작업 등 업무능력에서 긍정적 평가도 적잖았다.

그러나 올 들어 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손 의원 부친은 그동안 북한과 연계 의혹 등이 문제가 돼 심사에서 6번이나 탈락했으나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지난해 독립유공자가 됐다.


한국당은 손 의원 부친의 간첩 혐의 등을 기록했다는 경찰의 사실조회 회보서와 심사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보훈처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보훈처는 다수의 개인정보가 담겼다는 점, 정보의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종석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당 국회의원들을 ‘정보를 악용하고 보훈처 업무를 방해하는 집단’으로 비난하고 비하하는 작태를 보였다"며 "여당 역시 말로만 제출을 요구하면서 재적의원 3분의 1 서명으로 합당하게 요구한 자료제출 요구서의 발송을 막는 등 손 의원 비호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콧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한국당이 원하는 자료를 제출이 아닌 '열람'하는 방안도 협의됐다. 하지만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보훈처가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단지 열람토록 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며 그런 방식으로는 의혹을 제대로 따져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의열단장으로 널리 알려진 월북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의 서훈 문제도 논란을 키운다. 피 처장은 "의견을 수렴 중이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열린 국가보훈처 산하 독립기념관 주최 토론회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당은 완강하다. 통일된 이후라면 몰라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공헌한 사람이 보훈대상자가 되면 대혼란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논리라면 역시 독립운동에 공적이 있는 김일성 전 주석도 훈장을 줘야 한다고 맞선다. 지난해 선정 기준이 개정돼 사회주의자라도 독립유공자가 될 수는 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사람은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논란은 증폭되지만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피 처장은 발탁의 배경이 된 굴하지 않는 돌파력과 강단 넘치는 결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야당의 질타가 본격화됐던 지난달 2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의원들의 질의를 중간에 자르거나 답변을 모호하게 하는 등 태도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명확하게 말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당에서는 사퇴 요구가 나온다. 여권 내에서도 피 처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한민국상인군경회 등 주요 보훈단체들이 유공자 예우 문제 등을 이유로 20만명 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며 피 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무위가 멈춰선 사이 민생경제 법안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P2P(개인간) 대출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등 국회 문턱에 걸려 있는 법안은 일일이 꼽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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