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도매로 사오긴 했는데 국내 시장에서 안 팔리네요.”
해외부동산 투자가 장밋빛 전망만 안겨다 주는 것은 아니다. 투자 열풍에 편승해 비싼 가격에 매입했거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빌딩을 무리하게 사서 팔지 못하고 속 앓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형증권사 부동산투자 담당 임원은 “자기자본을 들여 매입한 해외 부동산을 국내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에게 셀 다운(인수 후 재매각) 하지 못해 떠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금까지 못 판 물건과 최근에 인수해서 팔아야 하는 자산 규모를 합하면 약 2조 원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셀 다운에 실패한다고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에 영향을 받는다. 자본 여력이 넉넉하면 내부 보유를 통해 일정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보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 매각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두자릿수인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은 연평균 기대수익률이 7% 내외인 해외부동산 투자 자산을 보유하면 오히려 평균 ROE를 낮춰 수익성이 훼손된다.
국내 증권사는 셀 다운 규모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 셀 다운 기간은 증권사의 내부 전략과 투자 물건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잡는 곳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사마다 셀 다운 책정 기간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악성’ 미매각 물건 규모를 쉽게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물건을 사오기 위해 북유럽·동유럽 등 투자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 대체투자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도 과열 열기를 알기 때문에 인수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라며 “앞으로는 한국이나 해외 현지 자산운용사가 들고 오는 딜이 아니라 증권사가 직접 우량 투자처를 발굴해 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수 경쟁이 과열되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당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발을 빼겠다는 증권사도 있다.
다른 증권사 IB(투자은행) 부서 관계자는 “일단 딜을 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니까 인수가만 오른다”며 “이런 상황에 합류해 위험부담을 지는 것보다 다른 대체투자나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딜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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