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기업 집단면접에 취업준비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다른 면접자들 앞에서 '개인적 질문'이 오가는 집단면접 방식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15~29세 청년층 체감(확장)실업률은 2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기업 채용과정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며 한번에 많은 인원을 살필 수 있는 집단면접 방식이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문제는 직무와 연관된 질문 외에도 사적 질문이 집단면접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 채용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5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41.7% '면접 시 개인사 질문' 여부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로 물어보는 질문에는 '거주 지역'(67.7%,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가족 관계(57.3%) △건강 상태(55%) △연애 및 결혼(36.8%) △취미(35%) △흡연(35%) △가족 신상(17.3%) 순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살면서 어려웠던 경험을 말해보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말해보라' 등 질문도 취준생 입장에서는 다른 면접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는 취업에 성공한 회사원 원모씨(27)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하더라도 다른 면접자가 듣는 것을 원치 않는데 무조건 말해야 한다"며 "채용과정에 불이익이 생길 것 같아서 갑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모씨(26)는 "면접은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인데, 개인정보 질문이 많아 실력을 본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며 "다른 면접자들 개인정보까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알게 되는 것도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면접 방식이 취준생들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며 인권적 측면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해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면접에서) 사적인 질문 나왔을 경우 차별받는 느낌이나, 존엄성이 침해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 같은 새로운 규범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관행과 상충하는 지점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기업이 면접을 보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면접관들이 인권 감수성을 갖기 위한 교육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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