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태평양에서는 차가운 동태평양과 따뜻한 서태평양 사이 해수면 온도 차가 발생해 시계 회전 방향으로 대규모 대기 순환이 존재한다. 이를 ‘워커순환’이라고 부른다.
워커순환은 1990년대초부터 2010년대 기간 동안 그 강도가 이례적으로 증가했고, 온실기체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반대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변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가뭄 현상을 심화시켰다. 농업, 수자원 관리 및 산불 발생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워커순환이 사회·경제 및 생태계에 변화를 끼치면서 워커순환 강화 경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선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화학·생물학적 과정들이 표현돼 있는 컴퓨터 수치모형(기후모델)들이 사용돼 왔다.
수치모형에서는 온실기체 증가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워커순환의 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기후모델 실험 결과가 최근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과는 반대로 나타나면서 기후모델 실험으로부터 산출된 미래 기후변화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특히 워커순환 연구에 있어 육지에서와 달리 해양에서는 장기간 정기적인 관측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측으로 나타난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이 인간 활동에 기인하는 것(온실기체 증가)인지 아니면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에 의한 것인지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국제공동연구진은 지상 관측의 제약으로 인한 원인 규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 지구 범위를 포괄하고 정기적인 관측이 가능한 위성 관측과 오차가 보정된 여러 지상 관측 자료를 사용해 워커순환의 변화패턴을 분석했다.
또 기후시스템 내의 자연변동성과 온실기체의 증가에 기인하는 워커순환의 변화 판별에 최적화된 기후모델 실험 결과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모델 실험은 평균적으로 워커순환의 약화 경향을 보인 반면 위성 관측으로부터는 강화 경향이 도출됐다.
다만 위성 관측에 나타난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의 크기는 기존 연구 결과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동일한 외부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모델 실험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실험의 경우 위성 관측에 부합하는 강화 경향을 보인 반면, 다른 일부 실험의 경우 뚜렷한 약화 경향을 보였다.
이로써 연구진은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이 최근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의 주원인이라는 것을 도출해냈다.
정의석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로 온실기체의 증가를 포함한 인간 활동이 열대 지역의 대규모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수반된 수(水)권 순환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후시스템의 여러 과정들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를 포괄하는 장기간의 정확한 관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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