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독도는 일본땅' 교과서까지...위기마다 韓때리는 아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3.31 17:37

위기 때마다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 반등한 아베 총리…7월 참의원 선거 앞두고 여론몰이 총력전 예상

편집자주 | 정치는 갈등을 먹고 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야의 정권 찬탈 정쟁(政爭)이 필요악인 이유다. 하지만 전쟁(戰爭)은 다르다. 불편한 관계였던 상대국에 총과 포탄을 겨누면 잠시 지지층이 환호할지 모른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T.S. 엘리어트는 읊었다. 4월은 죄가 없다. 유혈과 전쟁과 혐오로 표를 구걸하는 ‘잔인한’ 정치 지도자가 유죄다. 

/AFPBBNews=뉴스1

잊을만 하면 '한국 때리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국을 희생양 삼아 지지율을 올려왔다. 올해는 12년마다 한번씩 오는 통일 지방선거(4월)와 참의원 선거(7월)까지 앞두고 있어 다가올 여름까지 한국이 아베의 입방아에 수시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NHK 조사결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38%로 최근 몇년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에서 사학 스캔들이 터진 데다가 당시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재팬 패싱' 논란까지 겹치자 여론이 나빠진 것이다. 이때 아베 총리는 북미 양국 관계자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부각했다. 필요하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회담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히자, 아베 지지율은 다음달 44%까지 수직상승 등 효과를 봤다.

아베 총리의 반한 여론몰이가 본격화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당시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치권이 일제히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이 안되는 판단"이라고 반발했고, 당시 42%였던 지지율은 11월 들어 다시 46%로 올랐다. 12월에는 보수세력 및 야당마저 반대하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확대 법안을 아베 총리가 강행 통과시키자 또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41%까지 전달보다 5%포인트나 떨어졌고, 또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일본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세차례나 하는 등 다시 한국을 발판삼아 지지율을 2%포인트 회복했다.

1월달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경제 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각종 정부 통계를 조작했다는 스캔들이 터지며 위기가 다시 커졌다. 이후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 등을 계속 물고 늘어지며 반전 국면을 노리고 있다. 지난 1월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하자 아베 총리는 "매우 유감"이라며 반발했고, 지난 12일에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국에 관세보복과 송금 및 비자발급 정지 등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노 타로 외무상은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왕 사죄’를 언급하자 "무례하다. 말조심하라"는 등 과민하게 대응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26일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최종 승인하면서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들어 지지율이 다시 2%포인트 떨어진 42%로 나오자 또 결국 한국을 때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 관방장관은 하루 뒤 한국의 교과서 항의에 모두 반론을 했다고 밝히면서 앞서 문희상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일련의 발언은 극히 부적절해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차석공사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고 다시 불을 지피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번번이 걸고 넘어지는 건 그동안 여론몰이에 효과를 봤던 북한 핵·미사일 위협 카드가 더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난관 속에서도 여전히 비핵화 협상 모드를 깨지 않으며 평화를 지속하고 있어, 아베 총리에게는 새로운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아베 총리는 올해 두번의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내 세력을 결집하고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모양새다. 올 여름까지 한국 때리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통일 지방선거와 일왕 퇴위가 마무리되는 내달말에는 미국과 러시아로 향해 광폭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북한 비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만큼 일본이 적극 개입해 중재자 역할을 중간에서 꿰차겠다는 심산이다.

일본은 다음달 4년에 한번씩 열리는 통일 지방선거를, 7월에는 3년에 한 번 열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12년에 한번씩 두 선거가 같은해에 치러지는데 올해가 그렇다. 이미 아베의 자민당은 중의원은 장악하고 있지만 참의원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이겨야 아베 총리가 숙원처럼 여겨온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만드는 개헌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개헌을 위해선 중참 양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아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참의원과 중의원으로 나뉘어 미국의 상원, 하원과 시스템이 비슷하다. 참의원 선거에서는 투표마다 정원(242명)의 절반인 121명을 뽑는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정원이 6명 늘어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3명 늘어난 124명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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