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더 걷고 덜 쓰는 정부, 나랏돈 풀어라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박경담 기자, 한고은 기자, 안재용 기자, 강기준 기자, 이재원 기자 | 2019.03.29 06:30

[나랏돈 확 풀어라](종합)

편집자주 | 글로벌 경제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했다. 우리도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각각 10개월, 8개월 연속 하락했고, 경기 버팀목을 하는 수출마저 넉달 연속 감소했다. 경기 방어를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지만 걷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아 사실상 정부가 ‘긴축재정’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게 절실한 이 때 적극적인 재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성장모멘텀 불쏘시개…재정 과감하게 풀어라"



[나랏돈 확 풀어라①]경기불황에 되려 긴축재정…"생산유발효과 큰 정부 지출 늘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는 '무늬만' 확장재정을 펴 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지만 재정 수요를 억눌러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세수예측에도 실패했다. 경기부양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감한 재정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지출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지난해와 올해 7.1%, 9.5% 증액됐다. 특히 올해 예산 증가율은 역대 둘째로 높다.

단순 증액률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확장'이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되려 '긴축'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재정지출은 보수적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초과세수다. 2018년 결산결과 당초 추계보다 더 걷힌 국세는 23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엔 2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2년간 48조5000억원의 세금이 계획보다 더 걷힌 것이다.

초과세수가 발생하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됐다. 시중 자금을 정부가 빨아들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결과론적으로 재정이 확장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는 예산당국은 여전히 '균형재정'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산 편성지침에 '재량지출 10% 의무감축'이 다시 부활한 것인 단적이다. 표현도 지난해 '확장적 재정운용'에서 올해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바뀌었다.

재정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세입이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올해 재정운용 기조를 사실상 '긴축'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확장적 재정운영을 해야하는데 공무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단기적으로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민간 투자나 소비, 수출보다 유리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1만원을 투자하면 생산은 2만원 넘게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생산유발효과가 큰 정부투자를 확대하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고 본다. 확장재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재정건전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 국가부채를 740조8000억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9.4%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남아있는 국채발권한도 17조7000억원을 모두 신규발행으로 돌려도 국가채무비율은 40.3%에 그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80.9%(2017년 OECD Average)의 절반에 불과하다.


민동훈 박경담 한고은 안재용 기자


"적자도 감내해야" 재정투입 어디까지?



[나랏돈 확 풀어라②]"경제활력 둔화 속 개선흐름에 베…경기방어·경제도약에 재정역할 늘려야"
재정지출을 과감히 확대해 성장을 끌어내는 정책은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이다.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간다. 투자와 소비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수출까지 감소한 상황에서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적자 재정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 경제 흐름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당장 우리 경제 최대 먹거리인 수출 부진이 뼈아프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수출은 4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 올해 1월(-5.9%), 2월(-11.1%)에 이어 이달 1~10일 수출도 19.1% 줄었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진다. 8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온 경상수지도 흑자 폭이 점차 쪼그라들었다. 현재 경기 상황과 향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각각 10개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1972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다

수출이 나쁜 건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어둡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 4분기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미국은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했다. 같은 기간 중국 성장률 역시 연평균 6.6%보다 낮은 6.4%에 머물렀다. 일본은 0.5%의 저성장을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경제 위기 때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빛을 발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예산은 284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로는 역대 최대인 10.6% 증가했다. 2009년 관리대상수지는 21조8000억원 적자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규모다. 이처럼 과감하게 확장 재정을 편 결과 2009년 0.7%에 불과했던 GDP성장률은 이듬해 6.5%까지 반등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라고 권고한다. 최근 연례협의차 방한한 IMF 연례협의 미션단은 우리 정부에 명목 GDP의 0.5%를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약 9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간 GDP 성장률 2.6~2.7%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재정확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 성장률이 2.1~2.2%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는 돈을 더 풀고 팽창할 때는 덜 풀어서 쥐고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라며 "복지확대, 경제활력 제고 등이 시급한데 당장 돈이 없다면 적자재정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디에 얼만큼의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한국경제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IMF도 경제체력 강화, 노동시장 정책에 예산을 쓰라고 했는데,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여성경제활동을 늘리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한다"며 "직업훈련 같은 정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활SOC와 노후SOC 개선 사업에 재정투입 확대가 유효하다. 전통적으로 SOC사업은 고용유발 효과 크다. 건설업의 고용유발효과는 10억원당 12명으로 전 산업 평균 8명에 비해 월등하다.

단기적으로 확장재정 기조를 취하더라도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다. 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4046억7000만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안정적 수준이다. 최근 추경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한 IMF는 "한국은 숙련된 노동력, 강력한 제조업 기지,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낮은 공공 부채, 풍부한 외환 보유고 등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투입 증가에 따른 또 부작용 중 우려되는 부분은 유동성 과잉에 따른 물가불안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흐름은 되려 하방압력이 강한 모습이다. 연초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6년 8월(0.5%) 이후 가장 낮다. 한국은행은 당초 1.7%로 예상했던 올해 물가상승률을 1.4%로 대폭 하향했다.


민동훈 안재용 기자


'긴축 대 확장'…재정논란 자초한 1기 경제팀



[나랏돈 확 풀어라③]지난해 미니 추경 조기 추진하면서 오차세수 25조원 활용 기회 놓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문재인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공격적인 재정 정책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긴축 정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지출 증가 속도만 보면 쓸만큼 쓰는 정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증가 폭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올해 전망치 4.4%)보다 크면 팽창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예상보다 25조원 넘게 세금이 더 걷히면서 진보 진영으로 비판을 받았다. 정부 지갑이 두둑해진 만큼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이 늘었다는 건 민간이 쓸 돈이 줄었다는 의미"라면서 "민간 자금을 더 가져간 만큼 정부 지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긴축"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다른 재정 기조 판단 기준도 제시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재정충격지수(FI) 등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입을 뺀 지표다. 정부 사업에 활용할 수 없는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함으로써 실제 재정 상태가 건전한 지를 보여준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떨어지면 확장 재정으로 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지표는 -1.7%(2017년)→-1.6%(2018년)→-1.8%(2019년)로 변화했다. 전년 대비 2018년은 긴축, 2019년은 확장이라는 의미다. 2022년엔 -2.9%로 확장 기조가 점차 강해진다는 게 기재부 전망이다.

재정충격지수는 경기변동 요인을 제거한 지표다. 경기 침체·호황에 따른 재정수지 변화를 배제했다. 재정충격지수가 플러스면 확장, 마이너스면 긴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정충격지수(본예산 대비)는 -0.29(2017년)→0.46(2018년)→0.22(2019년)다. 이 지표를 기준 삼으면 2018년, 2019년 예산은 다소 확장적으로 볼 수 있다.
'긴축 대 확장' 논란은 문재인정부 1기 경제팀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조9000억원 규모의 미니 추가경정예산을 조기 추진하면서 늘어난 세수를 활용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다.

2016년, 2017년에도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각각 19조7000억원, 23조1000억원이었으나 논란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당시 추경으로 늘어난 세금을 일부 소화했기 때문이다. 2016년, 2017년 추경은 각각 11조원, 11조2000억원이었다.

한국재정학회장인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세수가 너무 좋았던 반면 지출 측면에서 추경을 조금 밖에 하지 않았다"며 "추경을 더 크게 편성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경담 한고은 기자


"알아서 10% 줄여라"…확장재정 포기?



[나랏돈 확 풀어라④]재량사업 '지출' 10% 감액…부처 "사실상 긴축" 볼멘소리
예산당국이 각 부처를 상대로 내년 예산안 요구 시 재량지출(부처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동적 지출) 10%를 의무적으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경제활력 제고와 저소득층 지원 등을 위한 대규모 재정확대 요구가 늘고 있지만 정작 예산당국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지출 구조조정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장 재량지출을 줄일 사업을 찾아야 하는 각 부처의 입장에선 '사실상 확장을 가장한 긴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2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경제선순환과 삶의 질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별 재량지출 10%를 구조종해 오라고 요구했다. 때문에 재정운영 방향이 확장보다는 사실상 긴축에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량지출 10% 줄여라"=예산안 편성지침에 등장하는 표현부터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2019년 총지출을 당초 2017~2021년 중기 계획상 2019년 증가율 수준(5.7%)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치와 표현이 모두 확장재정을 강력히 시사했다.

올해 예산당국은 신규사업을 위한 예산 증액보다는 기존 사업의 지출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에 더 무게를 뒀다. 지난해 '확장적 재정운영'이라는 표현은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대체됐다.
이는 재량지출 10% 의무 감축으로 구체화됐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위해 지출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예산을 대폭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18년 예산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 10% 감축을 요구한 이후 2년만이다. 당시엔 새 정부의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 지난 정부의 역점사업들을 골라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엔 국회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사업, 집행실적이 부진한 사업 등 우선순위 낮은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새로운 사업에 이전하는 쪽으로 부처가 먼저 수립해 달라는 '강력한' 요구"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은 크게 재량지출과 의무지출(법령에 근거해 규모가 결정돼 축소가 어려운 경직성 지출)로 나뉜다. 비율은 49대 51 수준이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0년 재량지출은 총 재정지출 7.3% 증가를 전제로 248조3000억원이다.

기재부는 재량지출 중에서도 인건비 등 경직성이 높은 항목을 제외하고 실제 조정가능한 예산의 범위를 각 부처에 통보할 방침이다. 지출을 줄여와야 부처의 증액요구사업을 들어주겠다는 게 기재부의 방침이다.

◇"사실상 긴축" 볼멘소리=이러한 편성지침을 전달받은 각 부처에선 벌써부터 '예산을 줬다가 도로 거둬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국가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계획인 5.7%에서 9.5%로 대폭 늘렸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예산 증가율(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 부처가 요구하는 사업 예산을 원 없이 줬다는 분위기였다.

최근 소비, 고용 관련 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경제심리지표도 긍정적으로 분석되는 결정적 배경이 정부의 확장재정 운영 결과라는 점에서도 긴축의 움직임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실제론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여건 고려할 때 재정이 더 확장적이어야 한다는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미세먼지, SOC 투자도 과감하게" 추경 10조 가시화



[나랏돈 확 풀어라⑤]미세먼지 외 일자리 등에 대규모 재정투입…경기부양효과 큰 SOC 투자 늘려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물론, 수출과 고용, 투자 등 부진한 경제상황 개선이 목표다. 최근 소매판매, 설비·건설투자 분야에서 미약하게나마 나타난 '긍정적 모멘텀'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고 신속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추경 '+a'는 경제활력, 생활SOC 대책 '주목'=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경제활력 제고'를 2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활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이번 추경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투자를 되살릴 수 있어서다. 악화된 고용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도 SOC 확대는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1월 여의도 면적 2.4배에 달하는 유휴 국유지를 공공주택과 창업벤처기업 보육공간, 스마트시티 사업연계 사업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에 포함된다면 8조6000억원이 배정된 생활SOC 사업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활밀착형SOC는 박물관과 미술관, 체육관처럼 삶에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들"이라며 "SOC 중 노후화가 심해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것들도 찾아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완화하고 한국경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벤처·중소기업 지원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대책에는 R&D(연구·개발) 지원방안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고용대책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이 대표적이다.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 스케일업(Scale-Up·규모확대)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벤처·중소 지원 대책이 추경에 포함된다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

수소전지차 등 미래차 산업 육성은 중장기적인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동시에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살아나고 있는 조선업은 이미 발표된 조선산업 활력제고방안 추진상황을 점검하며 친환경, 스마트 미래선박 로드맵을 마련키로 했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수출대책도 추경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수출활력을 높이는 일은 경기와 직결된다. 정부는 지난 4일 무역금융 확대(235조원) 등 단기 수출활력 제고와 수출품목 다변화, 수요자 중심 수출기반 확충 대책을 내놨다.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3040'을 구하라…고용지원·사회안전망 확충=일자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대와 40대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추경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30대와 40대 취업자수가 각각 11만5000명, 12만8000명 감소했다.

30대와 40대가 경제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세대인 만큼 직업교육과 역량강화, 미스매칭 해소 등을 중심으로 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 등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 대상이다.

저소득층 지원과 실업부조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도 추경이 필요한 분야다. 최근 근로복지공단과 서울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서울시 1인 소상공인이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최대 80% 지원하기로 했다. 4대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이 고용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해당 방안과 유사한 전국규모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대학 석좌교수는 "추경의 규모는 물론 돈을 어디다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청년실업 개선 등 고용을 진작시키고 성장잠재율을 높일 수 있는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용 민동훈 기자


'확장' 방점 찍힌 거시정책…통화정책은 현상유지?



[나랏돈 확 풀어라⑥]한은 "통화정책 완화기조…금융불균형도 고려" 관망기조 전망 우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사진=뉴스1
경기 방어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또다른 위기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재정이든, 통화든 완화적으로 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며 "지금 통화정책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 기조"라고 말했다. 통화 당국으로서 경기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는 것은 결국 돈을 빌리려는 경제주체가 자금을 조달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우량 대기업 중심의 회사채 발행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율은 줄었지만 그동안 너무 높았던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돌아선 데 대해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 가가져가면 한은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하니까 금리인하로 화답, 그렇게 연결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 금리인하 이야기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성장과 물가 흐름도 중요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금융불균형도 유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동안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를 뒷받침했던 두 개 축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금융불균형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

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적 기조를 강화하면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은 금리동결을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은이 시간을 두고 금융불균형 관련 지표를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당분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적극적 의사표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고, 긴축을 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을 너무 완화적으로 가져가면 다시 가계부채에 의존하게 되고, 소비 위축이나 부동산 자산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완화 정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선에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NO세금, 돈찍어 풀자" 美달군 '현대화폐이론'



[나랏돈 확 풀어라⑦]"적자는 돈 찍어 막으면 된다"는 MMT 급부상…"일본봐라" 옹호 VS "물가·금리 상승 감당 못해" 비판 충돌
/AFPBBNews=뉴스1

정부는 아낌없이 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들은 이를 위해 세금을 더 낼 필요도 없다.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돈을 찍어서 막으면 된다.
이러한 주장의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이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정치·경제 담론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30여년간 잠들었던 이 비주류 이론이 민주당 '정치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부활하면서다. 100% 친환경 전환을 표방하는 그린 뉴딜에는 미 정부 1년치 예산보다 많은 6조6000억달러(약 7451조원)가 필요한데 이를 MMT를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2016년부터 MMT를 내세운 버니 샌더스 의원(현 무소속) 등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이같은 주장이 커지고 있다.

MMT는 정부 지출은 세수를 뛰어넘어선 안된다는 통념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미국 같은 기축통화 국가는 정부가 균형 재정에 집착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화폐나 국채를 발행해 막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통화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국민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것이 없어보인다. 공공지출마다 선증세가 수반되지 않아 사실상 세금을 덜내는 효과가 발생해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2016년 '비주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사례처럼 차기 대선에서 MMT가 또다른 '비주류'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경제·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 래리 서머스 전 미 국무장관 등 진보 경제학자들도 MMT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정적자가 늘면 물가상승이 동반되고,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재정과 통화 정책의 상충관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달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지출을 위한 정부의 무한 차입 주장에 대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기축 통화 국가에서 재정적자가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미 시카고대학이 40여명의 경제학자들에게 MMT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찬성 의견은 단 한건도 없었다. '매우 반대한다'가 52%, 반대한다가 36%로 나왔다.

MMT를 지지하는 대표학자이자 2016년 버니 샌더스 대선캠프 경제수석으로 일했던 스테파니 켈턴 스토니브룩대 경제학 교수는 "일본은 현재 GDP대비 국가부채가 240%가 넘지만 물가상승률이 2%에 못미치고 장기금리도 제로에 가깝다"면서 "하지만 현재 일본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지 보라"라고 맞대응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었는데도 여전히 30년물 장기국채 금리가 3%로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근거라는 주장이다. 적자가 늘어도 이를 감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는 접목이 어렵다는 분석이 아직은 많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MMT 진영은 정부가 선한 의도를 갖고 화폐를 발행하고, 재정으로 쓰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1920년대 독일과 최근 베네수엘라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전쟁배상금 지급을 위해 화폐발행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고, 베네수엘라는 과도한 복지정책에 GDP 대비 재정적자가 20% 수준으로 치솟고 100만%인플레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기도 전에 환율에서 문제가 생긴다"며 "국제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기축통화국의 '원죄'인데,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대외부채를 갚기 힘들어진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적용이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있다. 오석태 SG(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시장 사람들은 다 MMT의 현실성에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며 “핵심은 MMT가 한국에도 적용되느냐인데, 생산성이 높고, 국가의 징세 능력이 뛰어나며, 외화 표시 국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기준 한고은 기자


"결국 또 총선용 예산"…확장재정 온도차 극명



[나랏돈 확 풀어라⑧]총선 1년 앞둔 상황에서 비판 직면…"경제정책 실패, 또 돈으로 막으려 하나"
정부가 재정 확대 방향을 담은 ‘2020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벌써 국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안은 통상 정기국회를 앞두고 논쟁거리가 되지만,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500조원을 넘는 ‘초(超) 확장재정’으로 예고하면서 일찌감치 정치권에도 불이 붙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재부가 예고한 수준의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기류다. 이미 당은 지난 12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예산안 중점 투자 분야로 ‘균형발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대규모 토목공사가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 만큼 많은 재정이 투입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 감소가 이어지는 등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성장 동력을 이어가면서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쪽으로 집중 편성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의 생각은 다르다. 용처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당장 확장재정을 얘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김성식 바른미래당 간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어디에 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부터 얘기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말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쓴다면 500조원이 아닌 600조원이라도 상관 없다”면서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경제 전반이 약화했는데 이걸 돈으로 채우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올해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수입이 예전같지 않은데 무리하게 지출을 늘리는 것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도 비판 지점이다. 의도야 어떻든 ‘총선용 예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예산과 정책을 손에 쥔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현금살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추경호 한국당 기재위 간사는 “민심과 여론만 생각한 포퓰리즘성, 총선용 퍼주기 예산”이라며 “미래 세대를 고민해서는 이런 식의 확장재정은 멈춰야 한다”고 질타했다.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편성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한 한국당 소속 기재위원은 “여기저기서 10조원 규모의 추경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돈도 없지 않느냐”며 “박근혜 정부에서 예산을 4년동안 87조원을 늘렸는데 이 정부 와서 2년동안 87조원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만약 하려면 국채발행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재정이 논란이 되면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올 초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국 순회 예산정책협의회의 의미도 퇴색된다. 이 대표는 2월18일 경남남도를 시작으로 많게는 하루에 두 군데씩 전국을 돌며 협의회를 가졌다. 예산안 편성 전 미리 현지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주로 지역 숙원사업의 해결을 약속했는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조원 이상 들어가는게 대부분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 발표 전부터 “이 대표가 받아온 민원만 반영해도 예산이 5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지역은 지역 나름대로 경기가 어려우니 민주당에 당연히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하니 예산안이 500조원을 웃도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을 어렵게 하는 포퓰리즘 예산을 당 차원에서 막기위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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