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1개, 비싸면 4000원?…"너무합니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 2019.03.30 06:25

주 소비층, 20대 여성 "마카롱 가격 1500원 이하가 적당"

S대학 근처 마카롱 가게 4곳에서 각각 구매한 마카롱. 가격은 모두 2000원이다. 하나는 먹었다./사진=류원혜 인턴기자
"테이블 없는 마카롱 가게는 자릿세도 없을 텐데…좀 비싸요."

마카롱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소비자들 비판이 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25~29일 20대 남녀 290명에게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마카롱 값이 비싸다고 답했다.

◇적정가는 '1500원 이하'…가게는 많은데 가격 안 떨어져
마카롱 가격은 개당 1000원에서 4000원까지 다양하다. 머니투데이 자체 설문 조사 결과, 주 소비층인 20대 여성 268명 중 약 75%가 상권에 관계없이 마카롱의 적정가로 '1500원 이하'를 꼽았다. '1600~2000원 사이'는 20%를 차지했다.

대학생 A씨(23·여)는 "일반 가게에서 2500원 이상은 사먹기 힘들다. 전문 마카롱점이나 백화점도 2000원대 초중반"이라며 "최근 2년 새에 학교 앞에 마카롱 가게가 5군데 이상 생겼다. 후문에 있던 곳이 6개월 만에 정문 메인 상권으로 오더라. 가게는 늘어나는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서울에만 마카롱 가게가 1000군데에 이르는 포화상태인 만큼 희소성은 떨어지는데, 가격은 비싸다는 것.

기자가 해당 대학교 근처 마카롱 가게 4곳에서 직접 구매한 결과 생과일이 들어가거나 크기가 크지 않은 이상 가격은 2000원으로 동일했다. 그 중 한 곳은 최근 200원을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 골목에 위치한 가게도 가격은 같았다.

이와 관련해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카롱에 특정계층(젊은 여성)의 선호가 반영돼 가격탄력성이 낮다면, 공급이 늘어나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안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탄력성이란 상품의 가격이 변화할 때 판매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가격이 치솟아도 소비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 가격탄력성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고가인 마카롱에 불만을 털어놨다. 직장인 B씨(20대·여)는 "만드는 게 어려워 비싸다고 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뒤 창업해야 한다"며 "제과제빵 자격증도 없이 장사해 맛은 떨어지고 가격은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부분 매장에 먹고 갈 자리도 없다. 자릿세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마카롱 가게 대부분은 테이블이 없다. 있어도 사진처럼 작은 테이블 하나에 의자 하나 정도./사진=류원혜 인턴기자

◇캐릭터 모양·기성 제품 등 맛보다 모양 추구…가게 안에 반려동물도
마카롱 가게들이 맛이나 위생보다 그럴 듯한 겉모습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D씨(22·여)는 "마카롱뿐만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감성만 추구하는 디저트 카페들 모두 불매 중이다. 예쁘고 독특한 마카롱 몇 번 먹어봤지만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며 "품질과 가격이 아닌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가게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귀여운 반려동물을 데려와 털 날리는 환경에서 마카롱을 만드는 가게도 여럿 봤다. 맛이나 위생보다는 SNS에서 사진 찍고 홍보하기 좋은 모습만 신경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 모양이나 기성 제품을 첨가한 것도 가격이 높은 이유라며 저작권 의식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모씨(20대 후반·여)는 "캐릭터 모양이거나 기성 제품이 첨가된 마카롱은 가격이 더 높다. 저작권 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새롭게 개발한 것도 아닌데 그냥 다 빼고 저렴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카롱에도 '핑크택스' 붙었다 vs 주 고객이 여성일 뿐
일각에서는 마카롱에 '핑크택스(Pink tax)'가 붙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핑크택스란 동일한 상품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현상이다. 이에 20대 여성 268명 중 211명(79%)이 "마카롱 가격에 핑크택스가 붙었다"고 답했다. '주 소비층이 여성일 뿐'이라는 의견은 11%, '디저트의 고급화일 뿐'이라는 의견은 8%를 차지했다.
머니투데이가 20대 여성 268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설문 결과./사진=류원혜 인턴기자
대학생 C씨(25·여)는 "여대 앞에 유독 마카롱 가게가 많고 비싼 것이 핑크택스로 느껴진다. 여성들도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모씨(33·남)는 "한 달에 한 번 여자 친구에게 마카롱을 선물한다. 남자도 가격이 똑같다. 여성들이 주 소비층이라 그렇게 여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소비층이 적어 비싼 것 같다. 나도 마카롱 좋아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따지는 남자들까지 공략하려면 저렴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여성들이 불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대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유행에 민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도 상반기 신한카드 실적에 따르면 유명한 맛집이나 장소에서 소비한 20대 남성 비율은 21%인 반면 20대 여성은 42%였다. 각종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다른 소비계층보다 가격은 덜 따지며 소비는 많이 하는 것.

그러나 남성들도 이전보다 디저트 카페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트렌드 연구소가 공개한 디저트 카페 이용고객 성비 추이에 따르면 2011년도에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34:66이었지만 5년 뒤인 2016년도에는 44:56으로 남성비율이 증가했다.

경기도 파주의 마카롱 A가게 사장은 "평균 남녀비율은 1:9다.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는 남자와 본인이 먹기 위해 구매하는 남자는 반반"이라며 "남자들끼리도 와서 먹는다. 묻기도 전에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남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20대 여성 65% "가격만 조정되면 사먹을 의향 있다"
주 소비층인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카롱 가격이 떨어진다면 구매하겠다는 비율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가격 이외에도 여러 논란이 제기됐지만 이 배경에는 마카롱의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서울 성북구 마카롱 B가게는 오후 2시에도 반 이상의 마카롱이 팔리고 없었다. B가게 사장은 "오후 5시면 다 팔리고 없다"고 밝혔다. B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취준생 E씨(25·여)는 "비싸서 자주 못 먹는다. 이 집이 맛있다. 가격만 싸면 매일 사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E씨의 친구도 "가격책정은 판매자 마음이지만 내 형편에는 비싸다. 맛 좋은 저가 마카롱만 찾아 먹는다. 가격이 떨어진다면 다양하게 구매할 것"이라며 "다만 SNS를 안 해서 가게들이 SNS로 소진 여부나 갑작스럽게 휴무일을 공지하는 게 불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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