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2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경제선순환과 삶의 질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별 재량지출 10%를 구조종해 오라고 요구했다. 때문에 재정운영 방향이 확장보다는 사실상 긴축에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량지출 10% 줄여라"=예산안 편성지침에 등장하는 표현부터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2019년 총지출을 당초 2017~2021년 중기 계획상 2019년 증가율 수준(5.7%)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치와 표현이 모두 확장재정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재량지출 10% 의무 감축으로 구체화됐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위해 지출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예산을 대폭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18년 예산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 10% 감축을 요구한 이후 2년만이다. 당시엔 새 정부의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 지난 정부의 역점사업들을 골라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엔 국회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사업, 집행실적이 부진한 사업 등 우선순위 낮은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새로운 사업에 이전하는 쪽으로 부처가 먼저 수립해 달라는 '강력한' 요구"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은 크게 재량지출과 의무지출(법령에 근거해 규모가 결정돼 축소가 어려운 경직성 지출)로 나뉜다. 비율은 49대 51 수준이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0년 재량지출은 총 재정지출 7.3% 증가를 전제로 248조3000억원이다.
기재부는 재량지출 중에서도 인건비 등 경직성이 높은 항목을 제외하고 실제 조정가능한 예산의 범위를 각 부처에 통보할 방침이다. 지출을 줄여와야 부처의 증액요구사업을 들어주겠다는 게 기재부의 방침이다.
◇"사실상 긴축" 볼멘소리=이러한 편성지침을 전달받은 각 부처에선 벌써부터 '예산을 줬다가 도로 거둬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국가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계획인 5.7%에서 9.5%로 대폭 늘렸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예산 증가율(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 부처가 요구하는 사업 예산을 원 없이 줬다는 분위기였다.
최근 소비, 고용 관련 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경제심리지표도 긍정적으로 분석되는 결정적 배경이 정부의 확장재정 운영 결과라는 점에서도 긴축의 움직임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실제론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여건 고려할 때 재정이 더 확장적이어야 한다는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