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홀대론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았지만 중국 인사들과 식사도 못하고 '혼밥'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게 맞다면 오히려 중국이 문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한 것이다. 반대로 말레이시아에선 문 대통령이 "슬라맛 쁘땅"(오후인사)을 해야할 때에 인도네시아 말 "슬라맛 소르"라고 해 상대국에 결례를 저질렀다고 비판 받았다.
다른 사안 같지만 본질은 하나다. 외교 일정에 대해 현지가 아니라 국내서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외교라면 상대국의 반응과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현지 분위기는 '논란'과 거리가 먼 것도 일치한다.
문 대통령 중국 방문때 자유한국당이 지적한 대표 사례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유타오(일종의 꽈배기), 더우장(중국식 두유)을 먹은 일이다. 의전적 대접도 못받고 혼밥을 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사실 이 일정은 밥 약속을 못 잡아 혼밥을 한 게 아니다. 청와대가 눈높이를 중국 국민에게 맞춰 일부러 기획한 것이다. 현지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일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인삿말 논란에 "큰 문제가 아니다(It is a non-issue)"고 반응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슬라맛 소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결례건 홀대건 우리 안의 논란이란 얘기다.
'기관총' 또한 공연한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교통체증 때문에 차에서 내려 유엔 본부까지 걸어갔다. 이때 우리 경호원이 양복 상의 단추를 잠근 일이 지적됐다. 미국 경호원처럼 상의를 열고 있어야 유사시에 즉각 총을 뺄 수 있다는 '0.725초의 법칙'도 등장했다.
이처럼 문제제기가 황당한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청와대 대응은 아쉽다.
다음날 김의겸 대변인은 "KBS가 어제 보도한 것처럼 그런 표현을,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표현을 말레이시아에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결례를 순순히 인정하는 듯 하다가,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한인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헷갈렸다는 "슬라맛 소르"(인도네시아)와 "슬라맛 쁘땅"(말레이시아)이 사투리 같은 느낌(차이)이라고 말했다. AFP에 등장한 말레이시아 총리실의 멘트와 비슷하다.
'결례라고 하긴 지나치다'는 게 청와대와 외교부의 최종 입장이라면 조금더 면밀히 따져보고 답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외교부장관과 총리의 국회답변으로 일단락지었어야 했다.
경호 또한 "당연한 직무수행"이라는 입장은 당연하다. 여기에 "국민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각별히 주의하겠다"는 정도였다면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낮은·열린·친절한 경호를 강조한다.
청와대는 작은 오해를 그냥 두면 사실로 굳어지고, 이것이 확산돼 나중엔 수습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퍼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단 '우리는 잘못 없다'는 무오류를 강조한 나머지 너무 조급해 보인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실오라기 하나만큼도 잘못이나 실수가 없는 정부나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또 사안마다 '이전 정부는 더했다' '이전 정부에도 하던 일'이라는 식이라면, 그 모습을 보는 국민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건 무결점 무오류의 청와대보다,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의 모습이다. 게다가 국민이 청와대로부터 듣고싶은 이야기는 각종 '카더라'에 일일이 반박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차고 넘친다. 이러다 청와대와 언론이, 여권과 야권이 "다 싫다" 식으로 서로에게 눈과 귀를 닫아버릴까 두렵다. 혹 이미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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