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최저임금도 고용악화에 영향…정책효과로 나아질 것"

머니투데이 대담=양영권 경제부장, 정리=최우영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19.03.26 04:00

[머투 초대석]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민주노총, 정책적 유인책으로 사회적대화 참여시킬 때는 지났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단결권 의제만 다룰 거라면, 굳이 사회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지난해 9월 '소방수'로 투입됐다. 이 장관 취임 반 년이 지난 지난 2월 취업자가 1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 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재정 투입에 따른 효과이며, 제조업 중심의 민간 일자리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가 우세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일자리문제 못지 않게 시급한 노동 현안도 산적해 있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편안은 계층별 위원이 불참해 경사노위 본 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연일 협박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0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장관을 만나 일자리 문제 해법과 노동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지난달 신규취업자가 26만3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 지표가 좋아졌습니다. 노인일자리 등 재정지원사업의 성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정 지원에 따른 영향이 일부 있습니다. 재정은 요즘처럼 고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일뿐,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또 일자리 26만3000 개가 전부 재정지원 일자리는 아닙니다. 지난해 굉장히 고용이 나빴던 서비스업이 좋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숙박음식점업은 지난해 마이너스 10만명까지 떨어지면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는데, 지난달 1000명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은 아직 고용이 어렵습니다.

-고용 악화는 인구 고령화, 글로벌 경기 둔화, 최저임금 인상 가운데 어떤 요인이 가장 컸다고 보는지요.
▶사실 우리나라 통계분석이 각 요인의 영향 비중을 분석할 정도가 안 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각자 입장이 매우 달라 명확한 구분은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고용은 제조업에서 감소폭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10만명씩 증가하던 제조업이 15만~16만명씩 줄어드니 거기서 과거에 비해 25만~26만명의 감소 폭이 생깁니다. 도소매업 등 전통적 자영업자, 소상공인 업종에서도 감소폭이 컸습니다. 특히 자동차산업쪽 고용이 크게 줄어드는데 전세계적 자동차 과잉생산문제도 연관이 있습니다. 국내 차산업이 수소·전기차로 넘어가는 산업구조 조정과정에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영업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분들은 한계기업인 경우가 많고 달리 인건비 상승을 흡수할 만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절감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영업 고용감소가 모두 최저임금 때문은 아니고 인구 고령화와도 관련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쯤부터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면서 창업하고, 자영업이 굉장히 과밀하게 됐습니다. 2014년 중국 관광객이 들어올 때는 버텼는데, 거품이 꺼지니 최근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거시적 소비지출은 증가하는데 전통 내수업종이 어려워지는 부분은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는 등의 기술발전과도 관련 있습니다.

-정부가 종합적 요인을 강조할수록, 고용참사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종합적인 접근 중입니다. 회복세에 있는 조선업을 위해 활력제고 대책을 지난해 발표하고, 올해 초 자동차산업 대책을 내놨습니다. 소상공인들의 여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책도 만들고, 이들을 하나의 산업분야·정책대상으로 분류하고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올해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고용상황이 나아질 것입니다. 세계경제 상황이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을 때에 비해 더 나빠져가지만, 연평균 취업자수 15만명 증가를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재갑 장관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노동현안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해 양보·타협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노총도 조속히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사회적 대화를 위해 구성한 경사노위가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탄력근로제 의결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계층별 위원들이 의제별위원회에서 소외됐다는 문제제기를 했는데, 일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경사노위 회의체 운영정보를 그분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보완하려 합니다. 또 그 분들에게 다른 의견이 있어도 사회적 대화의 틀 안에서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국내 비준 관련 노동계가 주장하는 단결권 강화 외에 경영계가 주장하는 단협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점거금지 등을 같이 타결할 계획인가요.
▶일괄타결을 목표로 논의하겠습니다. 경사노위에서의 논의 자체가 사회적대화를 통해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입니다. 노동계는 ILO 협약 관련 사안을 주로 얘기하지만, 그 외에 경영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안도 같이 합쳐서 논의해 일괄타결하려 합니다.

-경영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것인가요.
▶경사노위에서 논의 중이기에 개별 사안을 맞다 틀리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익위원들은 어떠한 사안이든 노사가 논의해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그걸 최우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경영계가 제기하는 안도 노사가 얘기해보고 합의되면 그걸 반영하겠습니다. 단결권 관련 안은 지난해 11월 노사가 반년간 논의한 끝에 공익위원안을 발표했습니다.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관련 안도 다 열어놓고 논의해서 일괄타결을 도모하겠습니다.

-노동계의 반대에도 일괄타결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만약 단결권만 정리해서 간다면 굳이 사회적대화를 안하고 그냥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노사간에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합리적 대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대화는 한쪽에 이미 결론을 내놓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체간 반대쪽에서 제기하는 사안도 같이 논의하는게 당연한 프로세스입니다. 사회적 대화이기 때문이죠. 또한 만약 경영계에서 제기한 여러 의제들을 반영하지 않고 단결권 의제만 갖고 국회로 가면 더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많은 사안일수록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 정치권에서도 입법 과정이 훨씬 쉬워집니. 그 과정이 없으면 국회 차원에서 모든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다 흡수해야 합니다.

-노동계 중 특히 민주노총이 점점 더 정부와 대립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적 유인책으로 민주노총이 들어오게 해야한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지난해 경사노위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사회적대화 틀을 갖춰가는 것도 민주노총의 참여를 위해서였습니다. 그 사이에 굉장히 많이 기다렸는데 더 이상은 힘들기에 지난해 11월 경사노위가 출범한 것입니다. 지금도 민주노총의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민주노총에 정책적 혜택을 주기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좀 더 건전한 토론을 통해 투쟁보다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자신들이 우려하는 사안을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대안은 있는지요.
▶임시국회 회기가 4월 5일까지인데, 그 안에 법안이 처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정이 안된다면 현행 체계에 따라 최저임금을 심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최근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고용보험료 요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지요.
▶지난해 실업급여 보장성강화를 위해 늘어나는 재원만큼 고용보험료 요율을 인상해야하기에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 이후의 추가적인 요율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단기적자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도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와 지난해 어려운 고용상황 탓에 실업자가 늘어난 탓이 큽니다. 이런 단기적자는 요율을 올리지 않고도 기존 적립금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습니다. 모성보호급여가 매년 수천억원씩 증가해 올해해 1조4000억원까지 늘었는데, 기획재정부에 이 중 30%를 일반회계에서 쓰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관련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가능할지, 기본적 통계 부족이 이유라면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구간설정위원회의 모니터링을 통해 업종별 데이터가 수년간 축적될 경우 참고할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그런 식의 모니터링은 계속 있어야 합니다. 최근 고용부가 진행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영향 조사는 사업주 외에 근로자 면접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부분을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해야하지만, 이게 차등적용으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단일 최저임금을 정하면서도 이 분야를 충분히 고려해 심의할 수 있습니다.

-업종별 영향을 반영하는 단일 최저임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요.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입니다. 노동자 상황과 함께 한계기업의 상황을 균형 있게 보면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게 정부의 결정체계 개편방안입니다.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과 다른 업종을 이원화해서 쉽게 가자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차등적용을 자꾸 부정적으로 보는 건 차등화가 노동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드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단일최저임금 체제에서 이제까지 생계비 중심으로 논의했다면, 앞으로는 한계기업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논의해야 합니다.

이재갑 장관은 "경사노위 본회의 무산으로 직무급제를 논의할 의제별위원회 출범이 미뤄졌다"며 아쉬워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고용 유연성 외에 노동시간 유연성, 임금 유연성을 고려하기 위한 고용부의 계획이 있는지요.
▶탄력근로제가 근로시간 측면에서의 유연성 개념 중 하나입니다. 근로자들이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체제를 혁신하는 직업훈련 혁신방안은 기능 유연성 측면이며, 직무급제 도입은 임금 유연성의 일환입니다.

-직무급제는 언제 마련될지요.
▶경사노위 본회의에서 출범하려던 의제별 위원회에서 직무급제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본 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미뤄졌습니다. 그 전에라도 직무급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임금정보를 노동연구원의 임금직무 혁신센터에서 노사에 충분히 제공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해외 고용노동정책 중 국내에 도입하고싶은 것은 있는지요.
▶사실 우리나라에 없는 정책은 없습니다. 다만 이행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수년 전 진행되다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이행노동시장이 EU에서는 주요한 고용노동정책의 틀 중 하나입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노동시장에서의 여러 이행단계를 원활히 거치도록 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결혼·출산·육아하면서 계속 일을 하다 퇴직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합니다. 이행노동시장 개념을 잘 정리해서 정책 조합을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전체 정책을 조합해서 빠진 부분을 찾아내야 합니다. 청년이 학교에서 일자리로 이행할 때 일학습병행제라든지, 청년구직활동지원금도 그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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