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과 홈플러스리츠 등 유통관련 기업의 대형 IPO(기업공개)가 잇따라 좌초했다. 유통업종의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인데 어떤 업종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투자자의 기대성과도 달라질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랜드리테일과 홈플러스리츠가 모두 상장을 철회했다. 이들은 적당한 시기에 상장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2일 상장 흥행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대신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프리IPO 당시 FI(재무적투자자)가 확보한 4000억원어치의 보유주식을 자기주식(자사주)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상장을 철회함에 따라 자사주를 사서 투자금을 돌려줘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상장을 철회한 것은 시장에서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당초 2조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생각했지만 시장에서는 1조2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가치평가가 거론됐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여서 상장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선 14일 홈플러스리츠도 공모를 철회했다.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PEF(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자금회수에 제동이 걸렸다. 홈플러스리츠의 공모철회 이유 역시 유통산업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평가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가 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리면서 아무리 비용효율성 제고 등 노력을 해도 저하되는 업황의 큰 흐름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며 "피인수기업의 실적저하가 이어지면 M&A가 순조롭게 좋은 결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업종의 경우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웃도어업체 네파, 케이블기업 딜라이브, 화장품업체 미샤 등은 PEF가 투자했다가 회사 가치가 하락하면서 엑시트(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로 꼽힌다.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업종의 경우 업황이 좋지 않아도 사업환경을 변화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전까지만 해도 법정관리를 받던 STX 팬오션은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김기명 연구원은 "하림이 인수한 팬오션은 인수 당시 해운업종의 업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M&A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면서도 "용선료 재협상 등을 통해 비용효율성 을 높이면서 실적이 제고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해관계자가 한정된 B2B 업종의 경우 업황저하 추세에 있어도 사업환경을 일정 수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황이 부진하지만 B2B업종이라는 점에서 전후방업체와의 교섭력을 높일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재무적 부담 증가는 고려해야할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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