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보다 고기 먹는 일본인…독신가구·고령화 때문?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3.25 16:20

日 1인당 육류 소비 어패류 넘어서…공급 부족에 수입도 급증
식생활 변화·고령화 등 원인…축산업 경쟁력 강화 필요성 제기

수산대국 일본에서 생산 등 어패류보다 육류 소비가 훨씬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더불어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인구구조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육류 수입도 크게 늘어 일본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32.7㎏으로 20년 전인 1998년보다 16% 증가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가 각각 23%, 35% 급증했지만, 소고기가 14% 줄면서 증가 폭은 줄어들었다.

소고기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2001년과 2003년 일본과 미국에서 연달아 광우병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한번 위축된 소비 심리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그러나 소고기마저 전년 대비로는 5% 늘며, 육류 소비 증가세에 동참했다.

일본인의 고기 소비가 늘면서 대체 식품인 곡류와 어패류 소비는 20년 전보다 각각 34%, 11% 급감했다. 일본에서 육류 소비는 이미 2011년 어패류를 넘어섰으며,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인의 고기 사랑은 가계 소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한 달 평균 가계 소비 지출은 28만7000엔(약 296만원)으로 20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4만엔(41만원)가량 줄었지만, 육류 소비 지출은 7400엔(7만6345원)으로 400엔(4126원)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육류 소비 증가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와 독신 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의 사회 변화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생선보다 조리가 쉬운 육류를 선호하면서 편의점 등에서 육류 제품 판매가 늘고, 거리에도 고기 가게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농축산업진흥기구는 "일본인은 생선 등 해산물을 즐겨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음식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육류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해산물 가격이 육류보다 비싸진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일본 내 육류 공급이 소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일본 내에서 생산된 육류는 330만t으로 수요의 절반에 그쳤다. 특히 소고기 공급이 부족했다. 일본 육우 농가는 현재 4만8000가구로 20년 전에 비해 60% 줄었다.

부족한 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발효되면서 냉동 소고기 수입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냉동 소고기 수입이 늘면 당장 소비자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소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안정적인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본 축산업 정책은 수입 확대에 대비해 농가 보호에 중심을 뒀지만, 앞으로는 IT(정보기술)를 접목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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