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퇴위 '열흘 휴일'… 日 금융계 '비상'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19.03.25 14:24
/AFPBBNews=뉴스1
일본 금융계가 일왕 퇴위 기념 '10일 연휴'를 앞두고 혼란을 막기 위해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컴퓨터 시스템이 갖춰진 후 처음으로 연호(연도 앞에 붙는 왕의 칭호)가 바뀌는 것에 금융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일본 금융규제 당국이 아키히토 일왕 퇴위를 기념해 갖는 열흘 연휴가 국내외 시장 혼란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 등에 주의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다음 달 27일부터 5월 6일까지 10일간 '골든 위크' 연휴를 맞는다. 헌법기념일, 어린이날 등 법정 공휴일이 몰려 있는 데다,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 퇴위식과 5월 1일 나루히토 황태자의 일왕 즉위식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정부 기관을 포함해 대부분의 개인사업장은 문을 닫고, 도쿄증권거래소도 휴장한다.

전례 없이 긴 휴일에 일본 금융계는 비상이다. 특히 새 왕이 즉위하며 연호가 바뀌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일본의 연도는 현 일왕의 즉위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31년이다. 새 일왕이 즉위하는 5월 1일부터 헤이세이 시대는 3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새로운 연호가 등장한다.

현 일왕이 즉위한 1989년은 컴퓨터 시스템이 막 자리잡던 시기여서 대부분의 컴퓨터 시스템에는 헤이세이 연호가 등록돼 있다. 따라서 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데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에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큰 우려를 낳은 '밀레니엄 버그'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새 연호가 다음달 1일에야 공개돼 준비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대중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연휴 기간 같은 은행 내 계좌이체는 가능하지만, 은행 간 결제 및 국채 거래 결제 시스템은 문을 닫기 때문이다. 타행이체를 할 경우 연휴 이후에 실제 자금이 이동된다.

전문 투자자들은 열흘 동안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로 인한 환율 급변동을 우려한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엔화 약세를 고려할 때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시장은 신년 연휴로 휴장한 지난 1월 3일 애플 실적 경고 여파로 인해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에서 104엔대로 수직 하락(엔화 가치 급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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