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일본 금융규제 당국이 아키히토 일왕 퇴위를 기념해 갖는 열흘 연휴가 국내외 시장 혼란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 등에 주의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다음 달 27일부터 5월 6일까지 10일간 '골든 위크' 연휴를 맞는다. 헌법기념일, 어린이날 등 법정 공휴일이 몰려 있는 데다,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 퇴위식과 5월 1일 나루히토 황태자의 일왕 즉위식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정부 기관을 포함해 대부분의 개인사업장은 문을 닫고, 도쿄증권거래소도 휴장한다.
전례 없이 긴 휴일에 일본 금융계는 비상이다. 특히 새 왕이 즉위하며 연호가 바뀌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일본의 연도는 현 일왕의 즉위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31년이다. 새 일왕이 즉위하는 5월 1일부터 헤이세이 시대는 3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새로운 연호가 등장한다.
현 일왕이 즉위한 1989년은 컴퓨터 시스템이 막 자리잡던 시기여서 대부분의 컴퓨터 시스템에는 헤이세이 연호가 등록돼 있다. 따라서 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데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에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큰 우려를 낳은 '밀레니엄 버그'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새 연호가 다음달 1일에야 공개돼 준비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대중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연휴 기간 같은 은행 내 계좌이체는 가능하지만, 은행 간 결제 및 국채 거래 결제 시스템은 문을 닫기 때문이다. 타행이체를 할 경우 연휴 이후에 실제 자금이 이동된다.
전문 투자자들은 열흘 동안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로 인한 환율 급변동을 우려한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엔화 약세를 고려할 때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시장은 신년 연휴로 휴장한 지난 1월 3일 애플 실적 경고 여파로 인해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에서 104엔대로 수직 하락(엔화 가치 급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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