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협상단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는 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미국 내 최고의 협상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훨씬 전인 2010년에 이미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이용해 세계 무역을 왜곡하고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한다"고 비판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에 더욱 공격적인 조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라이트하이저 이상의 강경파다. 그는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라는 책을 쓸 정도로 중국을 경계하며, 이번 기회에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건파로 평가되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나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갈등을 빚을 정도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포함해 다른 협상 대표들이 무역 정책에 중점을 둔다면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를 담당한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일부러 낮게 유지한다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5% 떨어졌는데, 중국이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하려는 조처로 해석됐다.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눠 팀 단위로 협상에 나서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상무부가 실무를 맡고 류허 부총리 한 사람이 협상을 총괄하는 형태다. 류 부총리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출신의 '미국통'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과 베이징 101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으며,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경제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칼자루를 쥔 양국 정상들은 상반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직접 중국을 압박하는 등 협상에 적극 개입하는 것과는 달리 시 주석은 거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다만 지난해 12월 초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90일 휴전'을 이끌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은 좋은 친구"라며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고 있다. 양국 정상은 애초 이달 말 만나 무역 협상을 끝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협상이 막판에 난항을 겪으면서 최종 담판은 다음 달 이후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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