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경수 2심, 못 믿겠으면 법정으로 오라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9.03.19 15:44

[the L]

"그간 재판을 하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의 발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차 부장판사는 재판부를 둘러싼 추측과 공정성 시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인 재판을 놓고 각종 시비가 일기 마련이지만 김 지사 재판은 유독 심했다. 여론은 '태극기'와 '촛불'로 나뉘어 날짜도 안 잡힌 재판을 자기들끼리 열고 심리했다. 증거와 논리 대신 재판부 구성원들의 경력과 출신 등을 따지면서 나만의 '판결'을 내렸다. 법정 안에서 진행될 진짜 재판은 판사가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항소심 재판이 열리기까지 몇 주 사이 풍경은 이런 갈등을 극명히 보여줬다. 김 지사 지지세력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1심 법정구속 판결을 '사법적폐'로, 1심 재판장을 '판레기'로 부르면서 보석을 요구해왔다. 반대세력은 항소심 첫 공판 아침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서초동 법원삼거리로 나와 김 지사의 보석 청구를 기각하라고 규탄했다. 유죄든 무죄든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은 내려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어느 쪽이든 또 다시 '판결불복' 주장이 나올 것이 뻔하다.


재판부는 재판의 기본원칙인 '공판중심주의'로 돌아가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판사들 보라고 100~200쪽짜리 의견서를 몇 번씩이나 주고받는 서면재판을 지양하고, 모든 주장과 논증을 국민 앞에 꺼내보여 승복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통하려면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공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자의 주장과 재판부 심리를 검증해야 한다. 이번 첫 재판만 '반짝 관심'을 주고 끝낸다면 또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과정을 보지도 않고 판결만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재판부의 지적처럼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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