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金도 트럼프도…비핵화 정의·방법·순서 '다른 그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9.03.19 15:39

[the300] 美"빅딜, 비핵화 먼저"vs北 "스몰딜, 제재 풀어라"...韓 "포괄합의-단계적 동시이행" 중재

지난주 아세안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3.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미 정상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성과도 남겼지만 더 많은 과제를 던졌다. 비핵화의 정의와 방법론, 비핵화-보상의 순서 등 모든 쟁점에서 이견을 노출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의 원점 회귀란 평가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캔자스주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시기(timing)와 순서(sequencing),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여럿 있었다"고 했다. 북미 정상 사이에서 '창의적 해법'의 촉진제를 찾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순서(Sequence)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가 이뤄지면 더 밝은 미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부터 해야 대북제재 해제 등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선(先) 검증된 비핵화-후(後) 제재해제'의 순서다. 하노이 회담 이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거래를 검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전히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변함이 없다. 순서를 매기자면 '선 제재해제-후 비핵화'에 가깝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핵심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가역의 비핵화와 제제완화를 동시에 거래하고 '완전한 비핵화-제재해제' 교환의 최종 단계로 나가자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미국의 입장을 '선 비핵화-후 상응조치'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어느 시점에선 제재 완화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그리스 독립기념일 연회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법(Method)

트럼프 대통령은 검증된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한 번에 맞바꾸자고 요구한다.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의 일괄타결식 토탈 솔루션이다. 협상 의제를 잘게 쪼개 시간을 끄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가자고 맞선다. 단계적 해법이다. 70년 적대관계로 지낸 북미 신뢰 관계의 현 수준에서 가장 크게 내밀 수 있는 '비핵화 보폭'이 영변 핵시설 해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카드가 '빅딜'이라면 북한은 '스몰딜'이다.

우리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큰 그림'(빅 빅쳐·로드맵)을 그리고 빈칸을 압축적으로 채워넣자는 입장이다.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식의 '미들딜'이라 할만하다. 배드딜(스몰딜)보다 굿딜(빅딜)에 가깝다는 점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이라고 명명했다. 정부는 미국의 '빅딜'도 사실상 이런 입장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중간 지대지만 쉽지는 않다. 북미가 각각 로드맵 작성 및 WMD 동결, 제재완화에 응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

◇ 정의(Definition)

비핵화를 언제 어떤 식으로 할지 정하려면 합의된 비핵화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최종 단계의 비핵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짜고 시간표를 정할 수 있다. 공유된 이해가 필요한 비핵화 개념은 여러 차원이다. 일반적·이론적 의미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첫 째다. 사실상 북한 핵무력의 상실과 포기를 의미하는 비핵화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합의를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 미사일·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하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신고·폐기·검증이 최종 단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본다. 문 대통령의 생각도 같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비핵화의 일반적 개념, 엔드 스테이트(최종단계)는 (남북미 모두) 대체로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제재완화 등 경제 보상에 나설 수 있는 북한 핵능력의 사실상 무력화 상태를 어떻게 정의할 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퍼레이셔널 데피니션'(Operational definition·조작적 정의) 합의가 쉬운 게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북미 정상의 결단과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오전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베트남 초대 주석 묘소를 찾아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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