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문체에 무거운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박완서 소설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는 성석제 소설가 작품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변신자동차 또봇’, ‘바이클론즈’ 등 유명 애니메이션 연출가인 이달 레트로봇 대표(51·사진)는 유명 광고인이었던 부친의 서재에서 탐독했던 책들이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말한다. 이 대표의 부친은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새우깡 CM송 가사를 작사했고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카피를 만든 국내 카피라이터 대부 이만재씨(75)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특성상 다양한 책들을 소장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독서광이기도 했다.
이 대표 역시 그런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0대부터 20대까지 아버지의 서재에서 읽은 책들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학 진학은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업에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 디자인’ 잡지를 틈틈이 읽으며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로 대학 진로를 정할 수 있었고, 현대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스토리텔링과 동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다는 것.
최근 이 대표는 초능력을 지닌 개들이 주인공인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포텐독’을 준비 중이다. 밝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에게 학대받은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곱씹어볼 내용도 실린다. 이 대표는 “개를 워낙 좋아해 개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다”며 “‘공룡 도감’처럼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을 외우고 수집욕도 자극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처럼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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