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스페인판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파격에 도박 비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3.18 14:43

경제 막 회복한 그리스·스페인, 유럽 최고 실업률에도 최저임금 인상하자 "도박" 평가 잇따라

/AFPBBNews=뉴스1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일까 경제 부양책일까.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과 오랜 시간 막대한 부채에 시달렸던 경제 약체 그리스와 스페인이 올해 최저임금을 각각 11%, 22%씩 파격 인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논리로 정통 경제학(Economic Orthodoxy)에 반대되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올해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11% 올려 월급이 586유로(약 75만2600원)에서 650유로(약 83만4800원)로 뛰었다. 스페인은 올해 최저임금을 월 736유로(약 94만5200원)에서 900유로(약 115만5900원)로 22% 인상했다. 이는 1977년 이후 42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를 두고 "경제적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외신들이 이들의 최저임금 실험을 '도박'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양국의 경제는 이제 막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업률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도 유럽 내에서 독보적으로 높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그리스의 실업률은 18.5%, 스페인은 14.1%였다. 독일(3.2%), 네덜란드(3.6%)은 물론이고 유로존 국가 평균인 7.8%나 유럽연합(EU) 평균 6.5%보다도 한참 높다.

파노스 차클로글루 아테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갑작스런 인상은 현재 실업률 감소 추세를 멈추게 하거나, 역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불법 고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나아가 경제의 경쟁력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주장하는 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 촉진은 단기간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중앙은행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12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고, 스페인 최대 은행인 BBVA는 일자리 16만개가 없어질 것으로 봤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최저임금과 노동생산성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다수의 경제학 연구에서도 일반적으로 경제가 강력한 성장을 보일 때 완만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한다. 2014년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도 실업률이 늘지 않은 것이 좋은 예이다.

마르셀 젠슨 스페인 마드리드 씽크탱크 페데아의 노동 문제 이코노미스트는 "최저임금 인상이 제대로 교육받은 이들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취약한 최저계층이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금융당국 역시 그리스와 스페인에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양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WSJ는 이들이 거꾸로 행보를 택하는 이유가 총선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만큼 득표에 확실한 건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당장 다음달 28일, 그리스는 오는 10월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도 나름 인상의 이유가 있다. 스페인은 2017년부터 2년연속 최저임금을 4~8% 올렸는데, 실업률 하락 추세가 계속 유지되자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다.

결과를 낙관하는 학자들도 있다. 씽크탱크 펀카스의 레이몬드 토레스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임금이 소비를 촉진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임금 인상이 좀 더 완만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둘다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 소득의 60% 이하에 불과한 만큼 경제가 충분히 인상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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