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못막은 4년 흑자…'현대미포 베트남' 성공 방정식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3.18 15:44

'필패'라던 해외조선소 사업서 유일한 성공케이스…본사 공정관리로 생산성까지 확보

현대비나신조선 전경/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생산기지 '현대비나신조선'(Hyundai-Vinashin Shipyard)이 4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조선소와 STX 중국 조선소 등 해외 조선소들이 몰락한 가운데, 한국의 하나 남은 해외 조선소가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하지 못한 불황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비나신은 지난해 211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비나신의 영업이익 행진은 글로벌 조선 시황이 바닥으로 향해가던 2015년부터 시작됐다. 시황이 최악인 이른바 '수주절벽'이 도래했던 2016년에도 263억원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이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는 등 국내 모든 조선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던 때였다.

시황은 살아났지만, '일감절벽'(과거 수주절벽이 시차를 두고 현재의 일감 부족으로 이어진 상황)으로 조선업계 전반이 고전한 2017~2018년에도 흑자 기조는 이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조선계열사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비나신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비나신은 이제 국내 조선업계에 사실상 하나 남은 해외 선박 생산기지다. 최근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는 3년 연속 수천억대 적자를 낸 끝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보다 앞서 STX의 중국 다롄 조선소도 부실 끝에 그룹 해체의 단초가 됐으며 대우조선의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도 매각됐다.

'필패'로 통하던 해외 조선소가 현대비나신에 만큼은 예외인 까닭은 모회사의 깐깐한 공정관리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선박 건조를 시작한 현대비나신에는 현대미포조선의 공정 매뉴얼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식됐다.

현재 진행 중인 도크 효율화 작업이 대표적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하나의 도크에서 4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생산효율성이 확인되면 2020년을 기점으로 현대비나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같은 공정관리는 생산성으로 연결됐다. 현재 현대비나신의 선박 1척당 평균 건조기간은 2.32년으로 울산 본사(2.16년)과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자 '저렴한 인건비'라는 해외 조선소의 본래 강점이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발휘됐다. 현대비나신 노무비는 전체 원가의 6% 정도다. 현대미포조선의 20~25%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6~2018년 현대비나신의 영업이익률이 4.6%~8.4%를 오간 비결이다.

값싼 노동력만 믿고 현지 공정관리에 서툴렀던 다른 해외 조선사들이 확보한 일감조차 선주가 원하는 사양으로 제때 인도하지 못해 신뢰도가 떨어져 수주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것과 비교된다.

현대비나신은 생산성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도크 잔존일을 55일로 줄여 도크회전율을 5%에서 6~7%로 높이 이른바 '비전 1555'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는 현대비나신의 야드 증설 얘기도 나온다"며 "건조해야 할 선박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비나신의 수주잔고는 30척 이상으로 2020년까지 일감을 확보해 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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