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더내고 덜받는' 결단 촉진…'수석협상가' 文의 미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9.03.19 07:19

[the300]남북→한미→북미 협상 프로세스 구상…'빅딜 속 스몰딜'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핵 협상 재개는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달렸다. 비핵화 조치는 더 내놓으면서 상응조치에 대한 기대 수준도 낮춰야 한다. '하노이 노딜'로 타격받은 김 위원장의 북한 내 입지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같은 결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수석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의 과제가 됐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한미→북미'로 이어지는 협상 테이블을 구상하고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가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을 조기에 청산하고,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도록 상황을 촉진한다는 계산이다. 북미 모두가 양국 정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있는 만큼, 톱다운 협상의 모멘텀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북한을 우선 협상 상대로 잡은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에서 잃은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왕복 130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까지 향했던 김 위원장이지만, 빈손이었다. "고깃국을 먹여주겠다"는 최고 지도자의 말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협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협상 궤도 이탈 방지를 신경써야 하는 대목이다.

의제 면에서도 북측이 우선이다. 하노이 회담까지 북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5개 핵심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영변 플러스 알파'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그리고 금강산관광 등 일부 제재해제를 예상했던 것 보다 북측이 영변의 몸값을 더 세게 불러왔음이 드러났다.

북측의 이같은 방침은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와 등가교환할 수 있는 '제재의 전면 해제'로 받아들일 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측이 핵무기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제재를 모두 풀어달라 한 것이었기에 최종 비핵화까지 시간을 끌고, 오히려 핵 보유국으로 나서려는 '살라미 전술'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과제는 김 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영변 외에 추가 핵시설 폐기 및 리스트 신고 등을 결심하게 하고,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제재완화의 수준도 더 끌어 내리면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는 로드맵(타임테이블)을 확정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많은 것을 양보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결단이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등 확실한 가시적 성과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다고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미국을 설득하는 게 과제다. 미국은 '하노이 노딜' 이후 협상의 허들을 리비아식 일괄타결로 높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식 일괄타결은 해법이 아니고, 큰 로드맵 합의 속에 스몰딜을 연속해서 이끌어 나가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제안할 게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의 '플러스 알파' 결단만 있으면 충분히 중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근본적으로 일괄타결이 될 수 있지만, 완전히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이유로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던 바 있다. 큰 개념의 빅딜 속에 스몰딜을 속도감있게 연속적으로 추진해 근본적인 일괄타결을 이루는 방식을 직접 거론했었다.

청와대는 이같은 '빅딜 속 스몰딜' 로드맵에 대한 입장에 한미 간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관타결'을 선두에서 주장하는 것은 대북압박책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특히 '노딜' 부터 '일괄타결'까지 이어지는 공세에는 '마이클 코언 폭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흔들려 온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상황 변동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의 보다 큰 양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전략 복귀로 중재안 도출 방식을 규정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완패로 끝난 '하노이 노딜'의 결과,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영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아무 것도 주지 않고, 향후 협상에 있어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