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헤지펀드와 10년간 투자수익률 대결에서 이기기도 했다. 2008년 헤지펀드의 높은 수수료를 비판해왔던 버핏은 S&P500 인덱스펀드를, 헤지펀드 운용사인 프로테제는 자체적으로 5개 헤지펀드를 엄선해 수익률 대결을 펼쳤다. 10년 후 버핏이 투자한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헤지펀드 수익률은 2.2%에 그치며 버핏이 완승을 거뒀다. 헤지펀드는 10년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 항복선언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싸들고 와서 버핏에게 투자금을 맡기고 싶어 한다.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은 1주에 30만 달러(3억3000만원)가 넘는다. 버핏은 85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글로벌 부호 순위 3위이기도 하다.
◇버핏의 일간·월간 수익률은 시장수익률보다 낮아, 장기로 갈수록 수익률 높아져
그런데 버핏에게 돈을 맡기고 매일매일 수익률을 체크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까? 매일이 아니어도 매주나 혹은 매월 투자수익률을 들여다 본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마이클 크룩(Michael Crook) 미주 투자전략팀장은 버핏의 장기 수익률은 높지만 단기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크게 실망했을 거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버핏이 펀드매니저였다면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률에 실망해서 해고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덧붙였다.
1988년 1월 1일부터 2018년 3월 8일까지 투자기간별로 버크셔의 수익률을 분석하면, 일간·월간으로는 시장수익률 보다 높은 빈도가 50%에 못 미쳤다.
분기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빈도가 가까스로 50%를 넘었고, 장기로 갈수록 시장수익률 초과 빈도가 높아져서 10년으로 보면 시장수익률 초과빈도가 약 90%에 달했다. 장기로 갈수록 버핏의 승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크룩에 따르면, 전체 분석기간 동안(1988.1.1~2018.3.8)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S&P500지수 보다 약 350%나 높았다.
초기 기간을 포함하면 버크셔의 수익률은 훨씬 월등하다. 1965년부터 2018년까지 버크셔의 수익률은 247만2627%(2만4726배)로 같은 기간 S&P500의 1만5019%(150배) 보다 165배나 높다. 특히 버크셔해서웨이의 연간 복리수익률은 20.5%로 S&P500의 9.7%보다 10.8%p나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이전보다 낮았다. 지난해 말 뉴욕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면서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2.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S&P500 수익률(-4.4%)은 넘었지만, 2017년 대비 19%p나 하락한 수치다.
더구나 최근 버핏은 ‘케첩의 대명사’로 통하는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의 투자 실패로 명성에 흠집이 생겼다. 크래프트하인즈의 1대 주주(26.7%)인 버크셔해서웨이는 크래프트하인즈의 어닝쇼크로 지난해 4분기 30억 달러를 상각처리했다.
단기적으로 버핏의 명성에 의문이 생긴 경우는 과거에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항상 버핏이 시장을 이겨왔다. 1999년 나스닥의 닷컴 버블이 정점을 향해 치달았을 때,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은 -19.9%를 기록했다. 그 해 S&P500 수익률인 21%보다 무려 41%p가 낮은 수치다.
당시 버핏은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못 쫓아가는 퇴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곧 나스닥이 폭락하고 아수라장이 되자 버핏의 수익률은 시장을 월등히 앞질렀다.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면 버핏조차 해고할 수 있어
결국 크룩이 하고 싶었던 말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시장에 대한 경고다. 3개월 혹은 1년 안에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투자자는 단기 실적이 안 좋을 때, ‘투자의 대가’인 버핏조차 해고했을 거라는 얘기다.
올해 버핏은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분기 수익의 큰 변동이 불가피하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해서웨이의 보유주식 가치가 173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확대된 지난 4분기에는 40억 달러 이상의 손실과 이익을 번갈아 가며 기록한 적도 많았다고 버핏은 설명했다.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가 기록한 순이익이 40억 달러다. 보유주식의 일일 변동폭이 1년간 올린 순이익에 맞먹었던 셈이다.
월가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탈레브도 ‘행운에 속지 마라’는 책에서 장,단기수익률의 변동폭 차이를 설명한 적이 있다. 예컨대 어떤 투자자가 연 15% 수익률을 올리는 데, 변동성이 연 10%라면 한 해에 수익을 올릴 확률은 93%다.
그런데 극단적인 경우지만 1초 단위로 본다면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50.02%로 하락한다. 1분 단위는 50.17%, 1시간 단위는 51.3%, 1일 단위는 54%이다.
탈레브가 말하고 있는 건,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 즉 편차만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시간 단위가 짧을수록, 올바른 신호가 아닌 잘못된 소음이 섞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탈레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실시간 주가를 확인하는 투자자를 볼 때마다 웃고 또 웃는다며 냉소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결국 투자자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게 유리하다. 분기 투자실적에 일희일비하다가는 버핏도 해고하고 싶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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