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산부인과 의사들 "산모 건강권도 중요..낙태죄 폐지해야"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 2019.03.18 17:45

[낙태죄 위헌 vs. 합헌]낙태 허용범위, 의료 현실 반영 못해…의사 처벌규정 삭제도 요구

편집자주 | 낙태죄의 위헌' 여부가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난다. 천주교계를 비롯한 낙태죄 폐지 반대론자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용인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재생산권 등을 위해 낙태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측의 목소리를 담았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의료계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낙태수술 허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은 존중하지만 임산부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여성 건강권 역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법을 통해 낙태수술을 금지·처벌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에서는 일부 허용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강간이나 준강간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친족 간의 임신 △임산부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 등으로 제한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실제 의료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모자보건법상 허용되는 사유로 진행되는 낙태수술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출생 후 생존이 힘든 심각한 질병이나 선천성 기형아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임산부는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술을 해 줄 병원을 찾아 헤매느라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0명당 낙태율은 4.8%로 한해 낙태 건수는 5만여건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대부분 낙태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이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들은 연간 60만~70만건 이상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이 회장은 "최근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낙태를 하게 된 주된 이유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사유"라며 "피치 못할 사정에 놓여 있는 임산부를 의료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산부인과 의사뿐이다. 위법인 줄 알면서도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낙태죄가 계속 존치되거나 강화될 경우 오히려 원정 낙태 등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태수술 의사 처벌 규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 낙태죄는 사문화된 것으로 여겼다. 낙태수술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는 건수는 연간 10여건에 불과하고, 재판을 받아도 대부분 선고유예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정부가 형법 제270조를 들어 낙태수술한 의사의 면허자격을 정지하는 행정처분규칙을 공포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단체는 낙태수술을 전면 거부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현행법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가 범죄자인 셈"이라며 "불법 낙태수술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의사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부분은 낙태를 허용하고 미국, 영국은 1970년대인 50년 전 낙태 허용 후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며 "낙태 허용 여부를 떠나 선의로 행한 의사의 의료행위를 처벌하려고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규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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