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 완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9.03.14 10:02

지역‧사람‧환경까지 고려해 지하철역 통째로 ‘하나의 미술관’으로 탈바꿈, 새로운 공공미술



지하철 녹사평역이 공공미술과 자연의 빛,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1년여 간의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14일 새롭게 변신한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을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남산과 미래 용산공원을 잇고 이태원, 해방촌, 경리단길을 연결하는 서울 핫플레이스의 중심 ‘녹사평역’이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이 되는 ‘지하예술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

개장식에는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안규철 공공미술위원장 등 총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공공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프로젝트 전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전(展)이 열린다.

버섯을 활용한 참여전시 '미시적 삶:버섯되기', 반려식물 분양, 화관‧미니 꽃다발‧테라리움 만들기 체험, 용산기지 주변지역 워킹투어 같은 다양한 시민참여 이벤트도 진행된다.

녹사평역에 진입해 승강장이 있는 지하 5층까지 층층이 내려가다 보면 녹사평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기존 구조를 적극 활용해 곳곳에 설치된 예술작품과 지하정원을 만날 수 있다.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綠莎坪)’이라는 녹사평의 의미가 모티브가 됐다.

2000년 문을 연 녹사평역(6호선)은 정중앙 천장에 큰 유리 돔(반지름 21m)과 지하 4층까지 자연광이 내려쬐는 35m 깊이의 아름다운 중정(메인홀)이 있고, 그 안을 긴 에스컬레이터가 가로질러 내려가는 구조로 건설됐다.

녹사평역은 당시 서울시청 이전 계획에 따라 환승역으로 계획돼 다른 지하철역에 비해 대규모(지하 1~5층, 6,000㎡)로 지어졌다. 시청 이전계획이 무산되고 특별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일반 교통시설로 이용돼 왔다.

녹사평역의 트레이드마크인 깊이 35m의 대형 중정(메인홀) 안쪽 벽면 전체에는 얇은 메탈 커튼을 걸어 정중앙 천장 유리돔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 역사 내부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담아내는 거대한 캔버스로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빛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다른 공간에 와있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넓은 면적에도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방치됐던 대합실(지하4층)에는 ‘숲’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기다린다. 천장에는 뜨개질로 완성한 알루미늄 와이어가 녹색식물 터널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한 켠에는 마치 남산 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 같은 설치예술작품이 눈길을 끈다. 가장 깊은 공간인 승강장(지하5층)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연필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미술작품이 딱딱한 플랫폼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전환했다.


비어있던 지하 4층 원형홀은 600여 개 식물이 자라는 ‘식물정원’이 됐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힐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정원사들이 상주하면서 화분을 가꾸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정원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의 공간은 세계적인 작가와 국내 중견‧신진 작가 총 7명의 공공 미술작품, 지하 식물정원, 시민 이용시설(갤러리,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다. 공공 미술작품은 지하 1층에서 5층으로 내려가는 과정을 ‘빛-숲-땅’이라는 층별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숲을 지나 땅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7명의 작가가 녹사평역만을 위한 총 6개 작품을 선보인다.

지하 식물정원은 일반건물 기준 지하 11층 깊이(지하 4층 원형홀)에 조성됐다. 낮에는 천장의 유리 돔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 이곳 풍경에 특별함을 더한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쉼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가 양성하는 시민정원사들이 상주하며 600여 개 화분식물을 가꾸고 실내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 조경과가 주관하는 식물 관련 프로그램의 거점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방치됐던 공간을 활용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갤러리(지하 1층)와 세미나실(지하 4층)도 새롭게 조성됐다. 전시나 예술프로그램, 강연회, 발표회 등 장소로 활용된다.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하철역에 미술작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닌, 쓰임 없이 텅 비어 있던 지하철역 공간 활용 방식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미술작품이 마치 배경처럼 기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녹사평역 내부 구조를 따라 미술작품과 시민공간으로 채워 역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자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추진했다. 텅 비고 차가운 교통시설을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명소로 만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녹사평역은 일상적인 공간인 지하철역을 시민들이 공공미술을 접하고 머물고 싶은 장소로 바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도”라며 “신진예술가와 청년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 예술로 가득한 새로운 장소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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