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87)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열리는 광주지방법원 앞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판이 열리는 광주지법 앞은 11일 오전 12시 30분 현재 취재진들로 북적거리는 가운데 공판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5·18 관련 시민단체, 지역 정치권, 대학생, 일반 시민등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날 오전 자택에서 광주로 출발한 전씨가 광주지법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문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경찰 병력이 포진했다. 특히 후문 앞 포토라인을 지나면 보안 검색대와 통제선이 설치돼 있어 전씨가 법정까지 향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법원 요청 병력 80명 외에 추가로 600여 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아침 9시에 광주 광산구에서 출발했다는 시민 문모씨(56)는 "5·18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적인 현장을 보기 위해 나왔다"면서 "구속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학생 김비호(22)씨는"학과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공부하면서 꼭 가야겠다는 의무적인 마음으로 나왔다"면서 "사자명예훼손죄 하나로 자신의 죄값을 다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고형량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동안 전씨는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재판에 불출석해 10개월 가량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또 광주지법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동산초등학교 초등학생들이 "전두환 물러가라"라고 외쳐 취재진의 주목을 끌었다. 동산초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창문을 열고 옹기종기 모여 지법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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