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인터넷도 끊긴 베네수엘라… 시민들 거리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3.10 12:51

사흘째 이어진 정전사태로 국가 마비
교통 대란, 병원서 환자 사망 보고도…
"마두로 물러가라" 수만명 도심 시위
현 정부 "美, 시스템 공격으로 정전"

/AFPBBNews=뉴스1
전기도 인터넷도 모두 끊겼다. '한나라 두 대통령'으로 정국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3일째 전국적인 정전 사태까지 맞고 있다. 분노로 가득찬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일째로 접어든 베네수엘라 정전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현재 국토의 96%가 암흑세계가 됐다. 전기와 인터넷이 끊겼으며, 이로 인해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지금까지 79명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 카라카스의 지하철은 운행을 멈춰 출퇴근길에 혼잡을 빚었다.

대규모 정전사태 속에 시민들은 주말 대규모 시위를 펼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을 반대하는 이들과 경찰이 마찰을 빚는가 하면, 마두로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만나 서로 비방을 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에만 카라카스 시내에 수만명의 인파가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지하철이 끊기고 기름마저 동나 자동차 운행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4~5시간을 걸어 시위 현장으로 몰렸다고 전했다.

시내 한복판에서는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이 "자유"를 외치며 수천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하다 경찰들에게 포위 당하기도 했다. 경찰들이 시위대의 연설대를 해체하자 과이도 임시대통령은 확성기를 들고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 어려운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공공장소를 정복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시위대를 30여분간 포위하다 길을 열어줬다. 지난 1월말 과이도 국회의장은 스스로를 대통령이라고 선언했고, 현재 미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이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마두로 정권에 대항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빨간색 옷을 입은 마두로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는 마주쳐 정전사태에 대한 상호 비난을 펼치기도 했다. 무력충돌은 벌어지지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임시대통령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WP는 굶주리고 지친 반대 시위가 스스로 동력을 잃길 기다리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카라카스 시내 연설대에 올라 과이도를 향해 "그는 대통령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어릿광대이자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이번 정전사태를 놓고도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7일만 해도 전국의 70%에 해당하는 전기 시설이 복구됐는데 또다른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파괴됐다"면서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을 제시했다. 과이도 임시 대통령을 비롯해 현지 전력 관련 전문가들은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실한 전기 인프라 관리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정국 혼란을 넘어 국가 대재앙 수준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에만 물가상승률 170만%를 기록하며 시민이 거의 일주일을 일해야 계란 12개를 살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악화했다. 이로 인해 여태껏 340만명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고, 지난 1월말부터는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임시대통령 간 정쟁이 6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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