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한미의 새 연합지휘소연습인 '동맹'에 대해 "남조선과 미국이 조선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새로운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비난했다. 통신은 "남조선 군 당국과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적대관계해소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확약한 조미공동성명과 북남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의 지향과 념원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동맹' 연습은 한미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대화 분위기를 잇기 위해 '키리졸브 연습'(KR)과 '독수리 훈련'(FE) 등을 중단하고 지난 4일부터 새로 실시한 지휘소 훈련이다. 참가 병력을 대폭 줄이고, 훈련 시나리오도 축소 조정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합의 위반이라는 첫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이 해체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도 특이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 시험대를 재건하려는 '신속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지난 6일 찍힌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동창리 시험장을 정상가동 상태로 복구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실망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보도"라면서도 "그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약 1년 뒤에 우리가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북미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암시해 제재 해제가 급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는 또렷해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추가 대화에 열려있다"며 "북한이 '큰 그림'을 살펴볼 준비가 되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도 '하노이 노딜' 언급은 삼간 채 연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방문 성과를 선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6일 북미 정상의 만남과 작별 순간 등 하노이 회담 장면을 상세히 담은 75분짜리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내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협상 의지가 있는 만큼 도발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북미 추가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든 협상용 '옵션'을 갖고 가겠다는 계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CSIS 주관 토론회에서 "지금으로선 북한이 도발로 귀환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창리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압박 전술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중재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도발을 하게 되면 중국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상대를 향한 불필요한 자극에 자칫 협상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조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중재 노력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북한과)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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