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새 화두는 '규제’, 대응 플랫폼 키우겠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9.03.08 05:00

[the L][로펌 신임 경영대표 인터뷰]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신임 경영대표변호사 / 사진=이기범 기자


대형 로펌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대개 비슷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M&A(인수합병)와 도산·회사정리 등을 경험하면서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무 부문의 대응능력은 기본,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들어 대형 로펌을 키워 온 것은 금융부문의 거래(Transaction)였다는 점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은 없다.

이달 1일부터 법무법인 세종의 사령탑을 맡은 김두식 신임 경영대표 변호사(62·사법연수원 12기)는 "지금 법률 서비스 시장의 트렌드는 '규제 대응능력'"이라고 말한다. '팽창'과 '성장'에 놓였던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공생'과 '배분'으로 이동하면서 로펌의 생존전략도 이제는 '규제'라는 벽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달렸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쳐 한 차례 세종의 경영대표 변호사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하순 세종 파트너 회의의 선거에서 경영대표로 선출돼 두 번째로 경영대표직을 맡았다.

세종 역시 여느 대형 로펌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금융 부문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최초 해외 CB(전환사채) 발행, 국내 최초 해외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국내 최초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 등 금융 부문의 각종 '국내 최초' 타이틀이 세종에서 나왔다. 신탁방식의 자산유동화도 세종이 처음이었고 부실채권·부동산은 물론 리스자산과 주택저당채권의 유동화 등 새로운 유형의 금융조달 방식이 세종에서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보편적인 방식이 됐다. '법률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격화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지가 관건이다. 김 대표는 "과거의 기업법무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금융계약을 체결하는 등 '거래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규제의 시대'가 됐다"며 "형사뿐 아니라 공정거래와 조세, 환경, 노동,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행정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기업법무 활동의 핵심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법무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로펌의 업무 역시 규제 솔루션을 어떻게 제공할지에 방점이 놓일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 기간 대형 로펌들은 규제대응 플랫폼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산업 진출 역시 새 대표로 취임한 김 대표에게 중요한 과제다. 김 대표는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방식의 변화가 현실 과제로 대두했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산업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미흡한 상태"라며 "양자 간 거래가 아닌, 거래 시스템에 참여한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산업 참가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경기 성남 판교 분사무소를 설치해 현지 IT 벤처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가까운 데서 청취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을 초기단계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법리 연구 전담팀도 세종 서울 본사무소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점차 확대되면서 해외 사무소 개설도 더 늘릴 것"이라며 "4년을 목표로 베트남에 설치한 사무소가 2년만에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이 좋은 사례다. 베트남 소재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관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세사를 파견해 서비스를 확충한 것처럼, 비록 선발주자는 아니더라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대응 플랫폼에 대한 투자 확대와 신산업·해외 진출 모두 우수 인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세종에 속한 한국 변호사의 수는 387명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700여명) 광장(470여명) 태평양(420여명)에 이어 4위권이다. 여기에 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이들을 비롯해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가들까지 더하면 520여 전문가들이 세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김 대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팀이 많다. 기존 세종 파트너 변호사 간에도 규모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신입 변호사는 물론이고 법원·검찰 출신 전문가, 외국 변호사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를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세종은 법인 규모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새로 뽑은 신규 변호사만 39명에 달한다. 기존 세종 소속 국내 변호사의 10%가 넘는다.

현재의 세종 규모는 1983년 김 대표가 사법연수원을 막 수료하고 창업 멤버 중 한 명으로 합류했을 당시의 4명에 비해 100배 이상 성장했다. 서울의 전통적 중심가였던 세종로를 본떠 이름이 붙여진 세종은 1986년 인원 증가 등 이유로 사무소를 신문로로 옮긴 후 서대문, 명동 등을 거쳐 올 2월 다시 광화문 디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33년만에 세종이 세종로로 복귀한 것이다.

그만큼 김 대표의 감회도 새롭다. 그는 최근 취임 당시 구성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제2의 광화문 시대'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열정과 자신감, 패기로 무장한 제1기 광화문 시대를 거쳐 세종이 이만큼 성장했다. 탑다운(Top-Down) 방식의 집권형 운영이 아니라 다수가 주인이 되는 파트너십 체제를 기반으로 한 '원펌'(One Firm, 하나의 조직) 문화가 세종의 폭발적 성장을 가능케 했다"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파트너 기회를 부여해 다시금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겠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 역시 함께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신임 대표변호사 / 사진=이기범 기자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경영대표 변호사
1957년 충북 보은 출생인 김두식 대표는 서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2기로 수료했다. 1983년 세종 창업멤버 중 한 명으로 합류한 후 2006~2013년간 한 차례 경영대표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다시 경영대표직을 맡았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및 자문위원, 대한중재인협회 부회장, 한국무역구제포럼 회장을 지내는 등 국내 대표 통상·중재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에는 무역구제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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