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 낳아?" 저출산은 결국 기-승-전-'돈' 문제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9.03.12 06:20

[같은생각 다른느낌]'육아템' 비용 줄이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 안 돼

편집자주 |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점점 결혼하는 남녀가 줄고 초혼 연령이 올라간 데다 아이까지 적게 낳아 인구가 줄어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혼인은 25만7700건으로 10년 전(2008년)보다 7만건이나 줄었고 초혼연령도 2015년부터 남녀 모두 30세를 넘었다. 결국 출생아 수 32만6900명, 합계출산율 0.98로 출생통계(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의 저출산은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저출산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된 비용 부담이 혼인과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남녀들은 가장 먼저 집값 마련이 걱정이다. 직장 주변에 집을 얻어야 하는데 그동안 오른 부동산 가격에 전세비용 마련도 쉽지 않다.

여기에 아이를 낳게 되면 들어가는 육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는 말을 상용어처럼 쓴다. 태어날 때부터 필요한 아기욕조부터 유모차, 카시트, 유아매트, 장난감까지 아이와 부모 모두 좋은 제품을 쓸수록 육아에 힘이 덜 들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누구나 쓰는 ‘국민 육아템’을 모르거나 이런 제품 없이도 잘만 키운다는 말을 하면 그저 무능력한 부모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요즘은 미세먼지로 인해 각종 가전제품까지 육아템에 추가돼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미 주요 혼수 품목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외에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가 추가됐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그 필요성이 더 커진다.

생활의 편의 뿐 아니라 공기질의 악화로 의류건조기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용량도 대형화되는 추세다. 또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는 필수가 됐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에서 샤오미 공기청정기 등의 전자상거래 수입이 늘어나 직구 건수 비중이 전년 보다 9% 가량 증가한 26%로 미국 직구 비중(51%)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올해 키움증권 보고서에서는 “의류건조기는 지난해 10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로,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250만대에서 올해 300만대로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최근에는 유치원 문제까지 불거져 학부형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동안 출생아수가 줄었는데도 유치원 수와 취원아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유치원수 8388개에서 2017년 9029개로 641개(7.6%) 증가했고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 수는 53만9000명에서 69만5000명으로 약 15만6000명(28.9%) 증가했다. 유치원이 어린이집 연장과 초등학교 선행학습장 역할로 어느새 의무교육처럼 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이후 정부에서 공공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화하자 한유총이 이를 거부하면서 파업사태까지 몰고 갔다. 그렇지 않아도 간간히 터져 나오는 보육 교사 폭행 사건으로 어린이집 보내기도 불안해하던 학부형들은 또다시 유치원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교육비 증가는 부모들을 더 힘들게 한다. 또래끼리 놀던 때는 이미 오래고 학원을 다녀야 친구도 만날 수 있는 시대다. 각종 영어·수학 학원,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등 남들이 하는 것들 중 1~2가지라도 해야 그나마 어울릴 수 있어 반강제적 의무 사항이 됐다.

사교육비는 진학을 하면서 더 늘어난다.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7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25만3000원), 중학생(29만1000원), 일반고 학생(33만원)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참여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이보다 몇 배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모가 복잡한 진학 과정을 알기 위해 따로 개인 교습까지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어떤 선의의 교육 목적을 가졌어도 이런 비용까지 써야 하는 제도는 결코 옳지 않다. 정말로 저출산이 걱정된다면 부모가 돈이 많아야 아이가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만든 교육 진입장벽부터 걷어내야 한다.

이런데도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갖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의식 변화에서 찾는 것은 편협된 생각이다. 비용 부담으로 부모가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결혼과 육아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택·보육·교육 등의 육아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소득 주택 공급, 산업·기업 육성을 통한 고용 기회 증가, 보육의 공공화, 돈이 덜 드는 보편적 교육제도로의 전환 등으로 소득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이런 사회적 노력과 합의를 하지 않고 틈만 나면 “왜 결혼 안 하냐”거나 “아이는 왜 갖지 않느냐”고 다그쳐봐야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오지랖 넓은 잔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