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버려진 강아지, 기자 보고 환히 웃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03.09 06:10

안락사 앞둔 유기견 5마리 구출기(記), 680km 달려 강릉으로…못 데려온 아이들 '잔상'만

편집자주 |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나 사실, 사람이야. 너네를 버린 주인과 같은 종족이라고.' 좋다고 달려드는, 강릉 유기견보호소의 누렁이를 향해,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녀석은 꼬릴 흔들고 팔을 감싸고 좋다고 온몸으로 웃었다. 정말 미안하게도,/사진=황동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이제 그만 갈까요?"

좋다고 달려든 누렁이와 뽀뽀하던 중이었다. 헤어질 시간이었다. 팔을 꽉 껴안은, 털이 보송보송한 두 발을 조심스레 뗐다. 이어 천천히 일어났다. 녀석은 여전히 귀를 젖힌 채, 날 보며 꼬릴 흔들었다. 까만 두 눈을 차마 오래 볼 수 없었다. 시선을 가까스로 거두니 눈가가 울컥 데워졌다. 그렇게 뒤돌아섰다. 애써 안 봐도 느껴졌다. 뒤통수를 향한 100여개의 눈동자와, 살랑살랑하는 50여개의 꼬리들이. '철컹철컹'하며 목줄 당겨지는 소리가 등 뒤로 계속 울렸다.

그나마 위로가 된 건 구조한 아이들이었다. 생사(生死) 갈림길에서, 살 수 있게 된. 모두 세 마리였다. 스피츠처럼 생긴 하얀 믹스견 두 마리, 그리고 얼룩덜룩한 바둑이 한 마리. 바둑인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구조하기로 했다. "이런 애들은 입양도 잘 안되고, 안락사 될 게 뻔하지. 그래서 데려가요." 바둑이를 안은 '뚱아저씨' 황동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가 이렇게 설명했다. 세 아이들을 캔넬에 넣고, 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차에 실었다. 불안해보이는 녀석들에게 말했다. "괜찮아, 이제 집에 갈 거야." 황 대표는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듯, "얘네 정말 다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버려졌는지, 누가 버렸는지, 사연은 다 달라도 한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유기견들은 자신을 버린 주인일지라도, 간절히 기다린다는 것./사진=팅커벨 프로젝트 2015년 달력 일러스트 중

'유기견 구조기(記)'는 그리 먹먹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도, 두고 오는 일도. 가끔 유기동물 소식을 접할 때 참 힘들었다. 섬에 버려진 뒤, 지나가는 차를 볼 때마다 꼬리를 흔든다는 강아지들 말이다. 그럼에도 실태가 궁금해 구조해보고 싶었다. 수습기자 때 유기견 350여마리를 키우는 '강아지 엄마'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뒤 8년이 흘렀지만 유기동물 현실은 달라진 게 없었다. 처가서 키우는 똘이(올해 5살, 몰티즈)를 볼 때면, 상(象)이 겹쳤다. 겨울엔 밖에서 벌벌 떨 녀석들이, 여름엔 더위에 헥헥 댈 아이들이.

유기견 구조를 처음 요청한 곳은 '케어'였다. 1월7일쯤이었다. 담당자가 "구조 이슈가 있을 때 가는데, 아직 없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약 열흘 뒤, '케어 사태'가 터졌다. 박소연 케어 대표가 동물 250여마리를 무분별하게 안락사 시켰다고 했다. 삽시간에 소름이 돋았다. 이후엔 동물단체를 쉬이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잊고 지냈다.

이러다 겨울이 다 가겠단 생각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 무렵 '팅커벨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이 단체 황동열 대표가 쓴 글을, 아내가 읽어 보라고 보내줬다. 이 글엔 '동물 구조 활동 5단계(구조-검진 및 치료-돌봄-입양-입양 후 사후 관리)'가 나와 있었다. 박소연 사태로 충격 받았을 분들을 위한 글이라면서. 내용이 좋았다. 글 말미엔 황 대표 사진이 있었다. '9마리 유기견 아빠'란 소개를 보고 믿을만 하다 느꼈다. 구조하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다음주에 유기견들을 구조하러 강릉 보호소로 간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사진으로 먼저 본 댕댕이들, "안 데려오면 안락사"




'알콩아, 내가 그렇게 좋아?' 차도에 버려졌다가, 차에 치여 죽을 뻔한 이 아이.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계속 핥아주고 난리였다. 함께하는 단 하루 동안에도, 정이 들어 헤어지는 게 힘들었다. 이런 애를 어떻게 버리는지./사진=행복한 남기자

2월27일 오전 9시, 황 대표를 만났다. 동서울터미널 인근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서. 스타렉스 봉고차를 세워놓고 손짓하던 그의 인상은 푸근했다. '뚱아저씨'란 별명과 썩 잘 어울렸다. 8대2 가르마에 나일론 조끼, 검은색 바지에 강아지 털이 잔뜩 묻어 있던 모습. 투박하지만 봄 기운이 느껴지는 미소, 악수를 건네자 묵직한 손에서 느껴지던 온기. 요령이라곤 모를 것 같은, 속정이 물씬 느껴지는 사람.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차에 타고 있으라" 했다.

커다란 차 문을 여니 하얀색 강아지 한 마리가 좌석에 앉아 있었다. 냉큼 튀어나와 품에 쏙 안겼다. 황 대표가 기자에게 당부했다. "우리 알콩이 좀 맡아주세요." '네 이름이 알콩이구나' 생각이 든 찰나, 따뜻한 혓바닥이 온 얼굴을 감쌌다. 꼬리는 살랑살랑, 두 귀는 뒤로 싹 젖혀진 모습. 강아지랑 인사할 땐 손바닥을 먼저 보여주라던데, 이 녀석은 그런 과정도 필요 없었다.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 "아하하, 아이 참, 알콩아. 만나서 좋아? 반가워?" 더 말할 새도 없이, 혓바닥이 연달아 입을 막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주물러주고, 뽀뽀를 하면서 통성명을 했다.

그 때 뚱아저씨가 돌아왔다. 차 시동을 걸자 알콩이가 앞 창문 쪽으로 돌아서 앉았다. 앞 다리 두 개로 무릎을 딛고, 엉덩이는 푹신한 배 쪽으로 향해 있는 안정적인 자세였다. 혹여나 앞다리가 사이에 빠질까 두려워 무릎을 얼른 오므리고, 살짝 든 상태로 앉았다. 아마 긴 여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알콩이는 만족한 듯 힐끔 뒤돌아봤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다.

황 대표는 "오늘 강아지 4마리를 구하러 간다"고 했다. 행선지는 강원도 강릉 유기견 보호소였다.
강릉 유기견보호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스피츠 믹스견 두마리(여아). 안락사 공고 기한이 한참 지나, 빨리 구조해야 했다. 살짝 겁먹은 표정을 보니 속상했다. 빨리 데리러 가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운전하던 그는 구조할 강아지들 사진을 보여줬다. 두 마리는 어린 꼬물이(하양·까망이)들이었다. 생후 1개월 밖에 안 지났다고 했다. 어느 가정집 앞 쓰레기더미에 버려졌다. 지나가던 이들에게 발견돼 보호소로 왔단다. 이들에겐 위험한 곳이었다.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지내는 탓에 바이러스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초 팅커벨서 유기견을 구해올 때, 4마리 중 3마리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었다 했다. 하루라도 빨리 보호소에서 구해와야 했다. 맘이 바빠져 조수석에 앉아 있음에도 오른발에 힘이 들어갔다. 엑셀을 밟으려는듯.

또 다른 믹스견 두 마리도 흰둥이에 암컷이었다. 지난해 병원 뒤쪽 산책로에서 처음 발견됐단다. 몸무게는 4.8킬로, 귀가 사막여우처럼 쫑긋하고, 동그란 두 눈은 빛났다. 두 마리가 비슷하게 생겼는데 한 마리가 눈물 자국이 있어 구분이 됐다. 얌전해보였고, 성격도 실제 온순하다고 했다. 겁먹은 듯 웅크린 둘은 서로의 체온을 이불 삼아 기대고 있었다, 마치 의지하려는 듯.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삶을 마치기로, 예정돼 있었던 날이었단다. 다행히 안락사는 피했지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나도록,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단지 불쌍하다고 막 구조하진 않는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다. 우선 입양센터 내 보호돼 있는 동물들이 가족을 만나서, 자리가 나야 한다. 한 자리가 나면 한 아이가 더, 두 자리가 나면 두 아이가 더 산다. 누군가 구조하고 유기동물이 있다면, 카페에 글을 올린다. 그러면 정회원(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회원)들이 구조할지 말지 댓글로 뜻을 밝힌다. 50명 넘게 동의하면 한 아이가 살 수 있게 된다. 대신, 구조 요청자는 책임 분담금 30만원, 동의하는 회원도 각각 1만원 이상씩 내야 한다. 십시일반 후원금은 병원비와 입양센터 운영 등에 쓰인다. 이렇게 하면 자금 문제를 해결하면서, 각자 관심을 더 쏟을 수 있게 된다.



'알콩이'를 안고, 300km를 달렸다




'알콩아, 잘자' 강릉으로 가는 길, 품에서 편히 잠든 녀석. 그대로 얼음이 됐다, 잠 깨울까봐./사진=남형도 기자
서서울 톨게이트를 나설 때쯤, 팔목에 보송보송한 감촉이 느껴졌다. 알콩이었다. 작은 턱을 내 팔목에 가만히 올려 놓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움직이면 깰까 싶어, 그대로 얼음이 됐다. 오른손은 알콩이 몸에 가만히 댔다. 흔들리지 않도록. 기분 좋은,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자그마한 생명이 숨을 쉬느라 들썩이는 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가야할 거리가 300km가 넘으니, 품에서 잘 쉬었음 싶었다.

"그 녀석 사람 참 좋아하죠?" 뚱아저씨가 다 알고도 남는다는 듯, 말을 건넸다. 맞장구를 쳤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이 녀석. 늘 이렇게 데리고 다니시나봐요." 세상 해맑고 밝아보였는데, '유기견'이이었단다. 경기도 파주에 갔을 때, 알콩이가 도로변에서 방황하고 있었다고. 차에 치일 뻔한 순간에, 황 대표가 구했다. 그 당시 그는, 노견 '순심이'를 떠나보낸 뒤, 상심이 커 새벽 2시만 되면 잠을 깼다. 밤잠을 설쳤었다. 그래서 깜빡 졸음 운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물처럼 만난, 알콩이를 입양한 뒤엔 숙면을 취하게 됐다. 황 대표는 "아빠 졸음 운전 위험할까봐, 순심이가 알콩이를 보낸 것 같다"고 했다.

뚱아저씨 사연이 더 궁금해져, 유기견 구조를 시작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갔다. 12월12일, 하얗고 작은 강아지를 골목길서 구조했단다. 차가 지나다녀 위험한 거리를, 방황했단다. 보호소로 갔고, 공고 기간이 끝난 뒤엔 임시 보호를 받았다. 주인을 찾아주려 했다. 예쁘게 살라고 이름도 요정처럼 '팅커벨'이라 지어줬다. 머리엔 예쁜 리본도 묶어줬다.
6년간 유기동물 600마리를 구조한 '팅커벨 프로젝트', 그 계기가 된 게 유기견 팅커벨이었다. 안타깝게도, 치료도 못 받고 숨졌다./사진=팅커벨 프로젝트

그러던 어느 날, 팅커벨이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예감에 병원에 갔다. '파보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했다. 항체도 없고 연약했던 팅커벨이, 열악한 보호소 환경을 버텨내지 못했다. 살려야 했다. 후원금 112만원을 모아, 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팅커벨은,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아픈 와중에도, 폐를 안 끼치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가서 마지막 설사를 했다고. 후원금 중 병원 치료비와 화장비 20만원을 제외한 92만원이 남았다. 이를 안락사 위기의 유기견을 살리는데 쓰기로 했다. 그래서 '팅커벨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그렇게 6년간 구한 반려동물이, 벌써 600마리가 넘었다.



"차라리 깨물어주지"…꼬리 흔들던 녀석들




강아지와 처음 인사할 땐, 손등을 보인다. 냄새를 맡더니, 아예 철창에 매달린, 강릉 유기견보호소의 멍뭉이. 좋은 주인 만났으면, 꼭 새로운 삶 살기를./사진=남형도 기자

서울서 3시간 정도를 내리 달렸다. 낮 12시쯤 좁다랗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강릉 유기견보호소에 도착했다.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사람이 온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엎드려 코 잠들어 있던, 알콩이가 눈을 떴다. 친구들이 가까이 있는 걸 아는 지,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차창 밖에 녹색 펜스가 보였다. 안쪽엔 분홍색 지붕의 강아지 집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바깥에 나와 있었다. 시선은 모두, 차가 있는 방향을 향한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제 내릴까요?" 황 대표 말에 차문을 철컥 열었다. 짖는 소리가 더 심해졌다.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웡웡', '멍멍', '낑낑'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화음처럼 들렸다. 한 걸음씩 다가가자, 강아지들의 눈길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나도 철창 너머 아이들을 둘러봤다. 크기도, 종류도, 다 달랐지만 처지는 같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곳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리고 손등을 보여 냄새를 맡게 해줬다. 처음 인사할 때 쓰는 방법이다.
강릉 유기견보호소의 까망이. 이 녀석, 좋다고 정말 과격하게 달려들었다. '넌 대체 왜 여기에 왔니' 생각에 뭉클했다./사진=팅커벨 프로젝트 황동열 대표

순식간에 대여섯 마리가 모여,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앞발을 뻗는 아이도, 아예 뒷발로 서서 철창을 긁는 녀석도 있었다. 방식은 달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꼈다. 무척 반가워한다는 것. 꼬릴 흔들고, 귀를 젖히고, 다가오는 마음이 뭔지, 잘 알았다. 17년 동안 강아지(아롱이)를 키워봤기에. 바깥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반길 때 하는 행동이었다. 아롱이는 가족이 나가면, 현관에 엎드린 채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들어오라 해도 말을 안 들었다. 그러다 가족이 돌아오면, 어찌 아는지 복도서 발걸음만 듣고도 꼬릴 흔들기 시작했다.

그 때 봤던 모습을, 보호소에서 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누군가 비정하게 버렸다. 유기견보호소 소장은 "여기 100여마리 정도 있는데, 강릉까지 데리고 와서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길바닥에서 생사를 오가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고도 유기견들은 날 반겼다. '차라리 깨물었음 덜 속상했을텐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황 대표에게, "얘네 여기 있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입질하는 아이, 아픈 아이부터 안락사를 시키기 시작한다"며 "놔두면 결국 다 죽는다"고 했다. 순간, 누렁이 한 마리가 다가와 손을 핥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날 봤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버리는 X' 따로, '살리는 분' 따로




잠깐의 틈을 이용해 산책에 나선 알콩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강릉 유기견보호소에서 모두 세 마리를 구해, 차에 태웠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1개월짜리 새끼 강아지 두 마리를 더 구해야 했다. 어린 아가들이라, 팅커벨 프로젝트 회원이 임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분이, 강릉 유기견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을 많이 입양 보냈다고 했다. 12시30분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한 뒤, 강아지 두 마리를 보호자에게 건네 받기로 했다.

10여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약속 장소에 좀 빨리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알콩이는 뒤쪽 좌석으로 자꾸 움직이려 했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가까이 가도록 해준 뒤, 떨어지지 않게 몸을 잡아줬다. 알콩이는 캔넬 쪽으로 다가가더니, 킁킁 하며 냄새를 맡았다. 마치 그 처지를 다 알고 있다고 위로하려는듯, 이제 괜찮아질 거라고 알려주려는듯. 캔넬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두 아이도, 알콩이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엔 인근 공원에서 알콩이 바람을 쐬주러 산책을 시켜줬다.


강아지들을 '살리는 분' 세 명이 식당에 모였다. 점심은 온메밀국수와 비빔막국수, 만두 한 접시를 먹었다. 대화 주제는 강아지를 '버리는 X'들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갔다. "지난 일요일, 누가 저수지에 강아지를 버렸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발견된 강아지는 다리가 부러지지도, 다치지도 않았단다. 아마 저수지 물 속에 죽으라고 던진 것 같다고, 헤엄을 쳐서 산 것 같다고. "인간이 너무 잔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어린 강아지들을 집에다 방치한 뒤 도망간 이들 얘기도 나왔다. 꼬물 거리는 녀석들이라, 개장수도 "너무 작아서 못 데려간다"고 했단다. 어쩌면 다행이라고, 다들 쓴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강아지를 좋아해서 하는데, 기쁨과 슬픔이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뒤, 드디어 꼬물이들을 만날 시간이 됐다. 임시 보호자 차 위에 강아지 이동 가방이 있었다. 그 안엔 하양·까망 강아지들이 고개를 빼꼼 들고 있었다. 한 손에 차마 다 들어오지도 않는 앳된 아기들이었다. 손가락 두 개로 쓰담쓰담 해줬다. 아이들을 차에 실었다. 황 대표는 "좌석을 뒤로 젖혀달라"고 했다. 그래야 캔넬이 흔들리지 않아, 애들이 덜 힘들 거라고. 강아지들을 챙기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낑낑 거리던 꼬물이, 토하던 바둑이…"조금만 힘내"




구조한 1개월짜리 꼬물이(하양이, 까망이)가 든 가방에 기웃거리는 알콩이. '고생 많았어, 괜찮아, 그 마음 알아'하며 말을 거는듯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섯 마리를 모두 태우고 나니, 오후 2시50분쯤. 이제 300km 넘는 긴 길을,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구해 온 바둑이 캔넬을 보니 구토를 한 흔적이 있었다. 차 멀미를 하느라 힘든 모양이었다. 황 대표와 강릉으로 향할 땐, 농담처럼 "바다도 가볼까요?" 했었다. 하지만 녀석들을 보고 나니 아예 싹 까먹었다. 한 30분 달리고 나서야, 그가 불현듯 "우리 아까 그런 얘기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냥 웃고 말았다. 서로 말은 안해도, '아이들이 힘들어 하니, 차 막히기 전에 빨리 올라가자'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휴게소도 들르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강릉에 갈 때도 휴게소를 안 갔었다. 구하러 가는 맘이나, 구하고 오는 맘이나 똑같았다.

뒤쪽에 앉은 강아지들이 잘 있는지 맘이 쓰여, 자꾸 돌아봤다. 그럴 때면 알콩이도 같이 껴서 참견했다. 하얀 스피츠 믹스견 두 마리는 서로 기대고 있었다. 눈물 자국이 있는 녀석이, 뒤쪽으로 좀 더 웅크렸다. 더 예민하고 소심한 녀석이라 했다. 바둑이는 구토를 하다 지쳤는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하양 꼬물이는 얌전히 안에 있는데, 까망 꼬물이는 망으로 된 천 가방 문을 계속 긁었다. 그것도 잠시, 조용해진 걸 보니 잠든 모양이었다.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황 대표가 "니들 고생 다 했다. 조금만 참아라"고 토닥였다. 흔들리는 캔넬 소리가, 강아지들의 대답처럼 차 안을 울렸다.

서울에 가기 전, 마쳐야 할 일이 있었다. 구해온 아이들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이미 황 대표가 새벽 6시28분에, 회원들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글을 올려놓고 왔다고 했다. 그새 카페엔 25개가 넘는 회원들 댓글이 달렸다. '슈슈·샤샤·보니·하니', '다란·도란·해피·데이', '숲·나무·열매·잎새', '별이·반짝·빛나·꽃별' 등. 다양한 이름 아이디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뭉클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줬을 때 꽃이 됐다'고 했던가. 김춘수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났다. 길바닥서 생사를 오가는 애들은, 새 이름을 갖고 새 삶을 살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잊지 못할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황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이들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서울에 거의 도착할 때쯤, 구조한 스피츠 믹스견 두 마리에게 간식을 건넸다.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아이들. 이제 식욕이 좀 생기는지./사진=남형도 기자

그 때, 문득 손등의 할퀸 자국을 봤다. 아까 강릉 유기견 보호소에서, 한 아이가 좋다고 손을 붙잡다 긁힌 흔적이었다.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생각이 났다. 새삼 깨달은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애써 뒤를 돌아 구해온 아이들을 보며 속상함을 달랬다. 그걸 본 황 대표가 "간식 하나 줄까?"하며 말을 걸었다. 차 서랍에서 오리고기 하나를 꺼내, 먹기 좋게 죽죽 찢었다. 그리고 꼬물이들을 뺀 아이들에게 건넸다. 스피츠 믹스견 두 마리는 맛있게 해치웠다. 서로 더 먹고 싶다고 난리였다. 황 대표는 "그래도 간식 먹는 걸 보니, 이제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고 안도했다. 다만 바둑이는 힘 없이 다가오는 듯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검진 결과 기다리는 시간…1분이 1시간처럼




병원에 도착해, 검진을 받는 하양이 슈슈. 결과는 괜찮았지만, 파보 바이러스가 발병해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오후 5시50분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병원에 도착했다. 황 대표는 "그래도 퇴근길 정체를 피해 빨리 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상태부터 확인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캔넬을 들고 서둘러 병원에 들어갔다.

하양·까망 꼬물이들 검진부터 하기로 했다. 간호사가 "아이들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황 대표는 "슈슈와 샤샤"라고 했다. 하양이가 슈슈, 까망이가 샤샤였다. 아이들과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슈슈야, 샤샤야"하고 이름을 부르며 품에 안아봤다. 기분이 묘했다. 성별도 확인했다. 각각 여아와 남아였다. 몸무게는 똑같이 1.4kg, 크기도 비슷했다.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성격은 정반대였다. 슈슈는 참을성이 많고 대견했다. 샤샤는 귀엽고 애교가 많았다(엄살도 조금). 검진을 하기 위해 진찰대 위에 올렸다. 슈슈는 얌전히 있고, 샤샤는 낑낑 거리며 발버둥쳤다.

검사 항목엔 총 네 가지가 있었다. 기생충·코로나·파보·홍역까지. 황 대표는 "기생충과 코로나는 걸려도 치료할 수 있지만, 파보와 홍역은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한 번은 4마리를 구해 데려왔는데, 그중 3마리가 파보 때문에 죽은 경우도 있었다고. 특히 감염 가능한 바이러스들이 있기 때문에, 비상 걸린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으니, 긴장이 됐다. '여기까지 어렵게 온 아이들인데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생각하며 두 손을 모았다(이럴 때만 기도함). 기다리는 5분 남짓한 시간이, 무척 초조했다. 1분이 1시간 같았다. 황 대표도 같은 마음인지, 좁다란 병원 한 켠을 서성였다.
동물병원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스피츠 믹스견 보니와 하니. 눈물이 많은 녀석이 하니, 다른 녀석이 보니다. 다행히 검진 결과가 좋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결과 나왔어요"란 말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검사 시료지를 보는, 수의사 표정이 알듯 말듯 했다. 슈슈는 건강이 양호한데, 샤샤가 코로나 위양성이라 했다. "변이 나쁘지 않으면 실제 안 걸렸을 가능성이 있고, 걸렸어도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생명에 위협이 없단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세 마리도 이름을 지었다. 스피츠 믹스견 두 마리 중 눈물 자국이 없는 녀석(여아)이 보니, 있는 아이가 하니였다. 바둑이(남아) 이름은 포리로 지었다. 보니·하니·포리는 건강검진을 해달라고 맡겼다. 결과는 추후 듣기로 했다. 유리 박스 너머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무 일 없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중에 들었지만, 다행히 세 마리 모두 건강하다고 했다. 검진이 끝난 뒤, 중성화 수술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입양센터 간 아이들, 그제서야 밥을 먹었다




하늘의 별이 된 슈슈, 이때까지만 해도 밥을 잘 먹었었는데./사진= 남형도 기자

저녁 6시30분쯤, 슈슈와 샤샤, 두 꼬물이를 가방에 넣어 차에 실었다. 인근에 있는, 팅커벨 프로젝트 입양 센터로 간다고 했다. 이 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애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포함해, 약 30여마리. 황 대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입양이 될 때까지 보호한다"고 했다. 얼마 전엔 보호한 지 5년 정도 된 녀석 두 마리를 보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랐다고. 보통은 2~3개월 안에 다 새 주인을 만나는데, 품종과 나이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 했다. 통상 2주 정도 지켜본 뒤(잠복 바이러스가 있는 지 확인), 이상이 없으면 입양 공고를 낸단다.

입양 센터에 들어서니, 네댓 마리 정도 되는 아이들이 먼저 보였다. 도착하기 전 황 대표가 "우리 아이들 보면 때깔(상태)이 너무 좋아서 놀라실 것"이라고 자랑했던 게 생각났다.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처럼 보여 뭉클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 살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보다 고귀한 게 있을까. 아이들과 인사하고 싶어 달려가려는데, 황 대표가 "신발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으셔야 한다"고 했다. 그제서야 센터 곳곳에 붙은 주의사항을 봤다. 그리고 손 세정제로 손을 깨끗하게 소독했다. 옷 먼지 등을 뗄 수 있도록 끈끈이 롤러도 준비돼 있었다.
팅커벨 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기자를 보고 좋아서 깡충깡충 뛰는 아이들./사진=남형도 기자

강아지방은 총 4개, 각각 네댓 마리 정도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니 뛰어놀 공간도 충분했다. 들어가서 부둥켜 안아봤다. 펄쩍펄쩍 뛰고, 좋다고 난리가 났다. 상태는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정말 좋았다. 사랑 받은 티가 벌써 났다. 털과 발톱 상태도 적당했다. 코를 부벼보니 좋은 향기가 났다. 강아지방도 무척 깨끗했다. 곳곳엔 강아지들이 여름에 덥지 않도록, 에어컨도 설치돼 있었다. 목욕 후 털을 말릴 수 있는 드라이룸도,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 CD 플레이어도 있었다.

슈슈와 샤샤는 회복실로 왔다. 이 곳엔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가 있었다. 먼저 와 있던 샤넬이(포메라니언)가 동생들을 반겨줬다. 10개월 된 샤넬이는, 지난 1월26일 강릉 보호소에 있다가, 안락사 직전 구조됐다. 소형견들 고질병인 슬개골 탈구 수술까지 모두 마쳤다. 슈슈와 샤샤도 배변패드와 방석이 깔린, 회복실로 들어갔다. 물과 사료를 주자, 녀석들은 장시간 여행에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쉬도 누었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됐구나' 싶었다. 이리 사랑스러운데 죽을 뻔 했다니.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



견주들 '양심(良心)'에 호소하려던 생각은 순진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렇게, 꼬박 12시간에 걸친 구조가 모두 끝났다. 그날 저녁 8시30분쯤, 집에 돌아오는 길. 맘이 내내 복잡했다.

당초 취재를 하려했던 건, 반려견을 내다버린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당신이 아무렇게나 던지고 온 그 강아지·고양이가, 얼마나 비참하게 연명하고 있는지. 버린 뒤엔 생각 안하고, 그냥 누군가 살렸겠거니 하니까.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 강아지들을 버리려는 이들에게도 미리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쉽게 버리면 안된다고. 반려 동물에겐 삶의 끈이 끊어지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그렇게 양심(良心)에 호소하고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릉 유기견 보호소에 다녀온 뒤, 이 같은 생각이 순진한 거란 생각을 했다. 그 곳에 있던 100여마리 중, 살린 건 5마리(5%)에 불과했다. 물론, 600여킬로를 달려 데려온, 슈슈와 샤샤, 보니와 하니, 포리에겐 삶 전부가 바뀐 일이다.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자꾸 남겨진 애들 생각이 났다. 애들이 짖고, 꼬리치고, 손을 부둥켜 안고 할퀸 자국이, 며칠이 지나도록 생생하게 떠올랐다. 집에 놀러 온 똘이를 보면서, "너 지금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 줄 알아?"하면서 말을 걸었다. 똘이는 알아 들으려는듯, 갸우뚱 했다. 괜히 끌어 안고 온기를 나눴다. 죄책감을 좀 씻고,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해 발표한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를 살펴 봤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2017년 새로 등록된 반려동물 개체수가 10만5000마리인데, 그 해 버려진 애들이 10만2600마리라고 했다. 2016년엔 등록된 반려동물이 9만2000마리, 버려진 녀석들이 8만9700마리에 달했다. 누군가는 열심히 데려와 키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에 못지 않게 부지런히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버려졌다가 보호소에 오게 된 유기동물 중 27.1%는 자연사(死)하고, 20.2%는 안락사를 당한단다. 절반 정도는 어떻게든 숨을 거두는 것이다. 버려졌다는 이유 때문에.
강릉까지 차를 타고 가서, 기르던 강아지들을 버리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같은 인간이라 미안하다./사진=팅커벨 프로젝트 2015년 일러스트 달력

양심에 기대기엔 문제가 심각해보였다. 황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반려동물을 쉽게 생산하고, 분양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면, 연인끼리 충무로에 들어갔다가 펫샵을 구경한다. 그리고 "와, 예쁘다" 하면서, 큰 고민 없이 데려온다. 예쁜 소품을 사듯. 그 강아지들은 사람처럼 나이도 먹고, 모습도 달라진다. 그러면 생각보다 크다고, 관리하기 힘들다고, 병원비가 든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버리고 만다. 사람만 바라보고 살던 녀석들을 안고, 도저히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다. 그 녀석은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좋아 했을 것이다. 쫓아가려 해봐도 그럴 수가 없다. 한 자리서 주인만 기다리다, 대부분 길바닥서 생을 마친다. 운이 좋아 보호소에 와도, 열흘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한다. 이 모든 게, 견주가 단지 마음이 바뀌었단 이유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사람 좋아 보이던, '뚱아저씨(황 대표)'도 이 부분 만큼은 강하게 얘기했다. '강아지 공장'에 대한 허가와 처벌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특히 가정에서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길러내고, 안 팔리면 개소주로 파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해결책으로 "분양하기 전부터, 강아지들에게 칩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주인이 누군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버려졌는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서 유기동물을 막아야 한단 의미였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共感)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비해, 현행 법 제도는 너무 허술했다. 갈 길이 멀게 보였다.
강릉에서 서울까지, 긴 구조 여정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쉬고 있는 슈슈. 하지만 파보 바이러스 감염을 못 이기고, 하늘의 별이 됐다. 힘들지 않은 곳에서 편안하길, 행복하길./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하양 꼬물이 슈슈는 8일 오전 9시40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파보 바이러스'였다. 건강검진 땐 이상이 없었는데, 잠복기였다. 투병 기간 동안 그 작은 몸에, 항혈청 주사와 인터페론 주사를 맞으며 병마와 싸웠다. 힘 없이 누워 있다가도, 병문안 온 이들을 보면 몸을 일으키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슈슈를 버린 비정한 견주가 이 기사를 꼭 보기를. 작고 하얀 강아지가, 50여일 남짓한 짧은 삶을 이리 끝냈다고. 680km를 왕복하며 강릉에서 데려와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별이 됐다고. 당신이 젖도 채 떼지 못한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 버린 탓이다. 이것이, 당신이 슈슈를 버린 뒤 외면했던 이야기다. 그래도 작은 생명은 마지막까지 기다렸을 거다, 처음 봤던 당신을. 다시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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