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 思見]한유총이 이길 수 없는 세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사회부장 | 2019.03.04 10:56

편집자주 |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편집자주]

사립유치원의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4일 결국 유치원 개학 연기를 단행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개학을 연기한 회원사들은 1533곳이다.

이번 결정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유총 집행부는 회원사나 정부 모두로부터 그 책임을 면하기 힘들 할 듯하다. 이유는 판세를 읽을 줄 아는 능력 부재 때문이다.

싸움은 이길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유치원 개학 연기'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우선 프레임 전쟁에서 한유총은 이미 졌다. 한유총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번 이슈는 '돈 문제'다.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누차 얘기한 것처럼 결국 돈 문제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정부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높다.

이번 갈등의 핵심키가 된 '에듀파인'이라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유치원비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자녀들을 위해 사용되는 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하자는데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두번째는 '사립유치원=사유재산'이라는 프레임의 실패다. 사립이니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한유총의 말마따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얘기다. 헌법에서도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얘기하니 보장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약 2조원의 정부의 직간접적 예산 지원을 받는 유치원 입장에서 헌법에 있는 또 다른 권리인 교육권의 공공성에 대한 주장을 부인할 도리도 없다. 사립이라는 타이틀은 사유재산을 의미하지만, 유치원이라는 이름은 교육의 공적 영역을 의미한다.

'유치원'이라는 이름이 오롯이 사적영역으로 남겨둘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점이 한유총이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두번째 이유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저서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말한 것처럼 교육은 나라의 법과 관습을 유지 보존하는 수호자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이는 교육의 공적영역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사립 유치원에도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다툼의 상대다. 이번 상대는 생존본능보다도 더 강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모성애'와의 싸움이다. 아이들의 문제에서 물러설 부모는 없다.

한유총이 세과시를 위해 휴원 규모를 늘리면 늘릴수록 자녀 교육을 지키기 위한 모성의 분노도 더 커진다는 점이 한유총에게는 딜레마이자 아킬레스건이다.

물론 부성의 분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유총의 개학연기 규모와 모성의 분노는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성의 분노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이냐가 이번 싸움의 승패의 키다.

이 분노가 정부로 향한다면 한유총이야 웃을 수 있겠지만, 그 방향이 한유총으로 틀어진다면 견디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자녀들을 돈으로 보고 볼모 삼는'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한유총이 분노의 타깃이다. 이 프레임에서 한유총은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전일(3일) 한유총의 기자간담회에서 '30억원의 사유자산'에 대한 사용료를 얘기한 것은 '악수(惡手)'다.

한유총 입장에서는 많이 투자한데 대한 억울함과 정당한 보상을 얘기하겠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30억을 보유하든', '30억원을 빌렸든' 이 둘 모두 부의 상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각자 투자한 돈(빌리든 어떻든)이 최소 30억원이라는 말은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유치원 자녀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할 것이냐는 계산까지 끌어낸 패착이다.

공공 영역에서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어서 그 반감이 모성을 자극한다면 이 싸움은 100전 101패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한유총이 유치원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오동희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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