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휴원하겠다", "폐원하겠다"…학부모 입장은?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세종=문영재 기자 | 2019.03.03 17:16

'무기한 개학 연기' 이어 '집단 폐원' 카드 꺼내며 압박…5일까지 미개원시 즉각 고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좌파 집권당에 의해 유아교육이 타살됐다'며 교육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확보정책에 반기를 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휴원에 이어 폐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교육자인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유아를 볼모로 잇속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정부도 물러설 수 없다며 단체 설립 취소와 고발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내놨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파악한 결과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이 1533개에 달하는데 교육부는 숫자를 조작하고 거짓보고를 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탄압을 계속할 경우 폐원 투쟁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한 후 나흘 만이다.

한유총은 지난달 28일 사립유치원 생존과 유아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며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유총은 전체 회원의 60% 이상(약 2000여개)이 개학을 연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2일 각 시·도교육청 조사 결과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이 197개라고 발표했다. 응답하지 않은 유치원까지 포함해도 최대 500개로 한유총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에 한유총이 "교육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며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개학연기를 철회하기 위한 한유총의 요구는 총 5가지다. 세부적으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인정 △유치원 예산에서 시설 사용료 비용처리 인정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교사 처우개선 등이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립유치원은 명백히 개인이 설립한 학교로 최소 30억원의 개인 자산이 소요된다"며 "실제로 발생한 설립비용에 대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회계처리 방안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사용료를 인정해달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유총은 자신들의 요구가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잇속 챙기기라는 비난이 거세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고자 정부가 사립유치원들의 돈 씀씀이를 일일이 기록하게 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의무화하면서 '시설 사용료' 등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해 유아를 볼모로 잡으면서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정부, 교육단체 등에서 비난 성명, 집회,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민국 유아교육을 사익추구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반시대적 반교육적 교육농단 행위로 간주하고 교육수요자로서 준엄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고, 교사시민단체인 좋은교사운동도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교육적 행태"라고 전했다.


학부모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오는 5일 한유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한유총을 공정거래법과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지 사립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와 용인교육시민포럼도 이날 수지구청에서 집회를 열고 한유총을 비난했다.

교육부도 매번 유아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를 시도해온 한유총에 대해 이번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유총은 2016년과 2017년 정부의 재정지원 증액,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 등을 내세우며 '집단휴업' 카드를 꺼내 든 바 있다. 이 때마다 교육부는 휴업을 막기 위해 못내 한유총의 뜻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해 단체 설립 취소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4일부터 각 시·도 교육청 직원이 경찰, 동사무소 직원과 3인 1조로 전국의 사립유치원을 직접 방문 조사한다. 개학하지 않았을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린다. 만약 5일에도 개학하지 않으면 즉시 고발 조치한다. 한유총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제 해산 조치에 들어간다.

앞서 교육부는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합동 회의를 갖고 집단 불법 행위시 엄단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검찰도 "한유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며 교육 이슈에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는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도 나섰다. 개학 연기 선언과 동시에 긴급 돌봄 체제를 가동했다. 전국의 국공립 지자체 유치원에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피해 유아들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부는 "유아를 볼모로 잡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요구를 하고 있는 한유총과 대화는 없다"며 "학부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돌봄체계 확충에 만전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유총은 지난달 25일 국회 앞에서 진행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좌파 집권당에 의해 유아교육이 타살됐다"며 색깔론을 꺼내는가 하면, 이날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상복을 뜻하는 검은 옷을 맞춰 입고, 곡소리 퍼포먼스까지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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