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디자인 중요해질수록 올레드"…LGD 올해만 8조원 투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2.28 12:01

강인병 부사장 "일본 전자제품 매장 전시된 TV중 40%가 OLED"…LGD, 세계 유일 대형OLED 패널 생산업체

올해 초 일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5ch'(5채널·과거 2ch)에 한국산 TV를 극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은 접는 OLED를 만드는 시대인데 일본은 이제 겨우 OLED TV를 만든다고 하니 1바퀴는커녕 2~3바퀴 늦었다." LG디스플레이LG전자가 내놓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롤러블 TV에 대한 직관평이었다.

한 네티즌은 "제안할 수 있는 예산이 있고 그걸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고 썼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했던 TV 명가 일본이 이제 한국산 OLED 디스플레이에 기대 TV 완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탄식인 셈이다.

2007년 말 세계 최초로 11인치 상업용 OLED TV를 선보였던 일본의 소니(모델명 XEL-1)는 생산단가와 대형화 문제에 부딪혀 일찌감치 OLED 패널 제조를 포기했다. 그 사이 LG디스플레이가 이 시장을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제조업체다.

일본에서 OLED TV의 인기는 OLED 주도국인 한국을 뛰어넘는다. 2500달러 이상 TV 제품 가운데 OLED TV 점유율이 82%에 달한다. 가성비보다 품질과 기술력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이 OLED TV에 꽂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CTO·최고기술책임자)은 "일본의 대형 전자제품 매장 요도바시 카메라에 전시된 TV 중 40%가 OLED TV"라고 말했다.

일본 내 OLED TV 인기가 높아지면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수출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10월까지 일본으로 수출한 올레드 TV는 총 3458만 달러 규모로 2017년 한 해 동안 수출한 2918만 달러보다 18.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가전 시장에서 외국 세트 업체가 살아남은 사례가 거의 없는데 점유율이 집계되는 것 자체가 눈여겨 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OLED TV 판매액은 65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2013년 LG전자 혼자였던 OLED TV 제조사는 2015년 5곳에서 지난해 말 15곳으로 늘었다. 일본 소니와 도시바, 파나소닉을 비롯해 유럽의 필립스, 뢰베, 뱅앤올룹슨 등 글로벌 제조사가 올레드 진영에 합류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디스플레이 R&D 전략담당 이부열 상무, CTO 강인병 부사장, LGD 연구소장 윤수영 전무(왼쪽부터) 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늘면서 OLED 패널 가격도 역주행하는 추세다. IHS마킷은 2017년 1분기 631달러였던 TV용 55인치 OLED 패널의 평균판매단가가 지난해 1분기 52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같은해 3분기 554달러로 올랐다고 집계했다.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 비해 LG디스플레이 홀로 담당하는 공급이 제한적인 탓이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OLED TV 판매량이 251만4000대로 전년보다 100만대 가까이 더 팔린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판매량은 340만대, 2020년 600만대, 2021년 710만대, 2022년 935만대로 4년 안에 판매량이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10.5세대 OLED P10 공장 과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램프업(생산량 증가) 등에 올해만 최대 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이 3분기부터 월 6만장 수준의 양산을 시작하면 월 생산량이 13만장으로 늘어난다.

시장의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8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BOE 등 중국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급락한 탓이 컸다.

중국업체가 30인치 저가 TV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치킨게임을 시작한 데 이어 10.5세대 공장까지 가동하면서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가격까지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에서 아직까진 LCD 비중이 90%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는 이달 중순 LG디스플레이의 이익창출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레드오션이 된 LCD 시장을 대신할 OLED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선 잠깐의 찬바람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뒤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인도 기러기는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해 낮은 지형으로 우회하지 않고 히말라야 산맥을 정면으로 돌파해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며 "LG디스플레이도 지금 넘어야 할 히말라야가 앞에 있고 철저한 사전준비와 목표에 대한 집중력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OLED와 육성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강인병 부사장은 "TV 해상도가 풀HD(2K), UHD(4K), 8K로 높아지면서 화소가 작아질수록 LED(발광다이오드)를 써야 하는 타사 제품보다 스스로 빛을 내는 OLED가 유리한 고지에 설 수밖에 없다"며 "화질, 디자인, 대형화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올레드는 최적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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