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 북미 정상의 첫 단독회담과 만찬 결과를 불과 8시간 만에 신속 보도한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1면과 2면에 걸쳐 회담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회 모습과 만찬장 풍경 등이 담긴 17장의 사진을 실었다.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은 전날에도 하노이 현지 소식을 이례적으로 빠르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당역 환영 행사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도착 후 실무대표단으로부터 협상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2차 회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대외·대내 선전매체를 총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CNN 등 주요 방송은 물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들은 미 대륙을 들썩이고 있는 마이클 코언 청문회 증언을 북미 회담보다 우선해 보도하고 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으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뮬러 특검에 협조하는 '저격수'로 변신했다. 지난 미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을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벌였던 사실을 폭로했다. 트럼프의 부도덕한 개인 사생활도 연일 들춰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CNN과 폭스뉴스 등은 27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첫 날 일정인 단독 회담과 만찬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코언 청문회가 시작되자 이내 화면을 전환하고 톱뉴스를 바꿨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신문들도 인터넷판 톱기사의 주인공을 코언으로 도배했다. 하원 청문회 실시간 중계에도 나섰다.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다.
문제는 미 국내 정치 상황이 이날 오전 9시(하노이 현지시간) 시작되는 북미 단독 회담과 오후 발표되는 하노이 선언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언론은 비핵화 협상에 회의적인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발언을 인용해 코언 청문회로 집중력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에서 '나쁜 합의'를 해 줄 우려가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없이 제재를 풀어주는 '악수'를 둘 수 있다는 염려다.
척 슈머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문 1면에서 사진 찍기 행사(북미 회담)가 코언 청문회를 제치게 하려고 북한에 굴복한다면 그것은 정말 믿을 수 없고 심지어 한심할 것"이라고 했다. 북미 회담의 '성공'을 과시해 정치적 위기를 덮으려 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북한 관영·선전 매체가 이런 트럼프의 정치적 곤경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정상의 단독 회담에서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 내려 북미 회담 성공 기대감을 높이고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는 얘기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9시부터 45분간 진행되는 단독 회담과 이어 열리는 확대 정상회담, 오찬 등을 거쳐 오후 2시5분(현지시간) 하노이 합의문에 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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