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희정 '피해자 vs 피해자' 갈등의 아픔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9.02.26 18:47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 달이 돼가지만 여론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본 재판보다 시끄럽다.

안 전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두사람은 연애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이자 피해자 김지은씨의 문자 내용도 공개했다.

민씨가 공개한 문자는 항소심에서 모두 다룬 증거다. 항소심 증거 해석이 민씨의 주장과 달랐을 뿐이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씨가 '^^', '넹', '엥' 등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성범죄 피해자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씨는 글에서 "남편과 김씨에 의해 인격이 짓밟혔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불륜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 이후 2심이 끝난 사법절차는 '여론 재판'에 돌입했다.

카톡의 문자 내용이 이전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다퉜지만 민씨의 "두 사람이 연애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프레임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틀에서 '불륜'의 틀로 넘어갔다.


민씨의 행동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차지하고라도 이로 인한 김지은씨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대목이다.

순수하게 민주원씨 입장에서 생각해도 가정 파탄의 책임은 우선 남편에게 물어야 할 문제다. 현재까지 성폭행 피해자로 인정받은 김지은씨를 고려하지 않은 SNS 글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민씨가 또 다른 피해자인 김씨에 대한 '2차 가해'로 보일 수밖에 없다.

"불륜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당시 법조계의 해석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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