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호텔급 내부시설 특별열차서 '3박'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9.02.24 16:05

[the300] 김정은 '특별열차' 호텔급 시설 갖춰...북미회담 하노이行 '열차외교' 선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9.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3일 오후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은 '특별열차'였다. 중국을 종단해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 4500km 거리를 이틀 반 동안 달리는 대장정이다. 3시간쯤 걸리는 항공편을 포기하고 약 60시간이 소요되는 열차편을 택한 셈이다. 중국에서 내리지 않고 베트남까지 내리 달린다면 열차에서 3번을 자야 하는 강행군이다.

김 위원장이 이용한 특별열차는 움직이는 '특급호텔', '외교사령부'로 불리는 특수 제작 기차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탔던 '1호 열차'(DF-0001)처럼 짙은 녹색 바탕에 창문 아래로 노란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으나 같은 차량은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열차는 현재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유품관에 전시돼 있다. 지난해 3월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된 특별열차의 번호판은 'DF-0002'였다. 이번에도 이 특별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상당한 수준의 보안 장비와 호텔급 내부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특별열차 내부에서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갈색 빛깔의 대리석 바닥 양쪽으로 짙은 분홍색 소파가 배치돼 있고, 차창은 베이지색 커튼으로 가려진 모습이었다.

2014년 2월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에도 김 위원장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특별열차 내부에서 회의하는 모습이 나와 있다. 사진 속의 집무실 내부는 벽지와 천장, 조명 등이 모두 흰색 배경으로 꾸며진 모습이었다. 양 옆으론 고급 소파가 배치됐고, 벽걸이 TV 등도 설치돼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해 3월28일 게재한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 왼쪽)과 리설주 여사(왼쪽 두 번째)가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가 특별열차 내부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안전·보안·통신 장비의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김정일 위원장 방러 당시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특사는 저서에서 "특별열차 바닥엔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다"며 "영화 감상과 전자지도로 쓰이는 스크린도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동 기간 하노이 현지에서 미국 실무팀과 협상 중인 북한 의제·의전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신 위성통신장비가 탑재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열차외교'가 다목적의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때까지 해외 방문 일정 대부분을 열차로 소화했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때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 25번, 4번 방문하면서 거의 열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린 김정은 위원장도 신변 안전을 위해 집권 기간 중국에 일곱차례, 러시아에 세 차례 방문할 때 모두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반면, 스위스 유학생활을 경험한 김정은 위원장은 항공기 탑승이 익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특별열차를 택한 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1958년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평양에서 광저우까지 열차를 이용하고 항공편을 이용해 하노이로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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