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막후 북미 협상을 맡아 온 앤드류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4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핵 포기 의지를 물었을 때 이같이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던 핵심 인물이다. 코리아미션센터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와 판문점이 아닌 별도의 ‘제3트랙’에서 북한 당국과 사전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센터장은 퇴임 후 첫 강연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양보하고 북한도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할 것으로 봤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은 영변 플루토늄 농축 시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미국은 영변 시설의 폐쇄가 북한의 핵능력을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의 쟁점인 미공개 핵시설에 대해선 “북한이 국제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핵과 미사일의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한 뒤 이를 한반도에서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미국이 비핵화 노력 인정 안 해주는 것에 불만”
김 전 센터장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미국은 경제제재 완화와 외교·군사 관계 개방, 한국전쟁을 끝내는 공식적인 평화조약 등 북한에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인센티브로는 인도적 지원과 북한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수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벤처 합작 투자 등을 제시했다. 여행금지국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문화교류, 고위인사들의 '블랙리스트'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등도 언급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 주민 대다수가 경제에 방점을 둔 김 위원장의 정책 기조 변화에 만족해할 것”이라며 “남북미 톱다운 외교를 통해 전면에 나선 정상 3인의 등판으로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협상을 제대로 한다면 모든 게 성취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한 발짝 물러선 뒤 두 발짝 앞서갈 수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의 목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비핵화 로드맵의 최종 단계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을 제시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그가 북미협상의 막전막후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NPT 재가입은 트럼프정부의 비핵화 로드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NPT 가입에 이르기 위해서는 핵·미사일 시험의 지속적인 중단을 시작으로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인 신고와 전문가 사찰, 핵무기·운반체·핵물질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PT 가입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2년 전 우리의 입장”이라며 “우리가 이 입장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가 (CIA를) 떠날 때까지 우리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