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이 개념을 바꿀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늘어난 평균수명과 은퇴연령 등을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봐야한다는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는 게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9년 신체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결하고, 이 기준을 줄곧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1일에는 1989년에 비해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됐다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1989년에 비해 국민 평균수명은 남자 67.0→79.7세, 여자 75.3→85.7세로 늘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에서 지난해 3만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진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적 정년도 60→65세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법제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년이 미치는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있기에 수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정년을 늘릴 경우 제한된 일자리로 인해 세대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한국 특성상 정년이 다 차지 않은 고령자를 회사에서 내보내는 것도 기업에게 비용부담으로 다가온다.
노동계 역시 조심스럽다. 사회안전망 확보 없이 70세 가까이 일해야만 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과, 사회보험 적용시점이나 청년실업 문제 등에 연동된 사안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보험료 산정부터 국민연금 수령시기 등까지 수많은 사안들이 정년 연장과 얽혀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정년 연장 법안은 만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사업주가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서형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현재 만 62세에서 매 5년마다 1년씩 늦춰지는 데 맞춰서 매 5년마다 정년을 1년씩 늘리도록 하는 법안(김학용 자유한국당)이 있지만 둘 다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989년 '정년 60세' 대법원 판결 이후 고령자고용법에서 이를 법제화하는 데 24년, 시행하는 데 27년이 걸렸다. 다만 평균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점,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 속도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빠른 점, 2026년 초고령사회가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춰 정년 55→60세 법제화에 걸린 시간보다는 60→65세 논의가 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곧바로 정년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지난한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치면서 법개정 필요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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