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안희정 사건, 김지은 '변호인단'은 없다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19.02.24 06:00

[the L] '역할'을 뜻하는 형사재판에서의 '변호인'과 '직업명칭'인 '변호사'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 김지은 '법률대리인단, '변호사단'이 맞는 표현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2심 판결 쟁점분석 간담회에서 김지은 씨측 변호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9.2.12/사진=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구속된 뒤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지은(34)씨에 대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직접 나서 '불륜 당사자'일 뿐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란 취지로 주장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관련 언론보도 등에서 김 씨를 돕고 있는 변호사들을 '변호인(辯護人, COUNSEL)' 혹은 '변호인단'으로 부르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 소속 9명의 변호사들은 '변호인'이 아니다.


이들에 대해선 '고소대리인' 혹은 '법률대리인'으로 부르는 게 정확한 명칭이다. 김씨 측 '변호사(辯護士, LAWYER)' 혹은 '변호사단'이라고 해도 된다.


'변호인'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변호'를 담당하기 위해 특별히 선임된 사람을 특정해 지칭하는 구체적인 법률용어다.

김씨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아니다.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자'인 동시에 '고소인'이다. 따라서 김씨를 돕는 변호사들은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아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2심 판결 쟁점분석 간담회 PPT 자료에 '피해자 변호인단'이라는 잘못된 표현이 써 있다. '피해자 변호사단' 혹은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이 정확한 표현이다.


형사재판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고인을 위한 '국선 변호인'제도를 법원에서 운영한다. 지난 2016년부터 법무부는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 국선 변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변호인'과 '변호사'라는 단어의 간극만큼이나 전혀 다르다.



"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1심 무죄판결에 대해 위와 같은 입장문을 낸 적 있다. 그런데 김 씨의 입장문을 두고 일부 언론에선 '항소의지' 등의 표현을 쓴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법적으론 잘못된 표현이다.

김씨에겐 항소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안 전 지사와 같은 피고인 반대 편에서 유죄입증을 위해 싸우는 당사자는 '검사'다. 우리나라가 검찰에게만 기소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국가소추주의(國家訴追主義)'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공판에 참여한 피해자의 법적 지위는 '증인'이다. 안 전 지사 형사재판에서 김씨는 '증인'일 뿐이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할지 여부는 검찰에 달려 있었고, 결국 항소했다. 김씨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당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등 김씨를 지원해 온 단체들도 '즉각 항소할 것' 등의 표현을 썼지만, 당연히 그들에게도 항소할 권한은 없다. 김씨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표현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범죄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선 '참고인', 재판에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하게 된다. 범죄 피해자가 아예 형사재판 공판정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른 증인·증거들이 충분하다면 재판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영화 '변호인'의 제목이 '변호사'가 아닌 이유가 바로 형사재판 '변호인'을 통해 억울한 '피고인'을 돕는 변호사의 '법률가로서의 본연의 업무수행'에 초점을 맞춰 강조하기 위함이다. 자잘한 민사사건이나 등기나 세금 전문 '변호사'였던 송우석(배우 송강호 분)이 공안사건 형사재판에 참여해 인권 변호사가 돼 가는 과정에서 그의 '변호인' 역할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변호인"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3.11.2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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